한창령 외환조사과장, 'WCO 기술전문관' 선발
관세협약 결정 등 '국제적 영향력' 커질 듯
관세청 직원이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세계관세기구(WCO)가 선발하는 정규직원 공모에 응시, 세계 각국의 관세전문가들을 제치고 당당히 선발됐다.
관세청은 23일 한창령 본청 외환조사과장이 지난 1월부터 실시된 WCO 연구·전략(Research & Strategies) 분야 기술전문관(Technical Officer) 공모에서 최종 합격자로 선발됐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지난 2일 100만 달러에 달하는 CCF-KOREA(세관협력기금, Customs Cooperation Fund-KOREA) 조성을 대가로 직원 2명을 WCO에 기금 운용관리자 성격으로 파견한 바 있지만, 정식 선발절차를 통과해 WCO 정규직원으로 선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WCO는 올해 1월 전체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조사·통관, 관세·무역, 능력배양, 연구·전략 등 4개 분야에서 총 5명의 기술전문관을 공모했고, 약 300명 이상의 응시자가 몰려 6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한 과장은 WCO 기술전문관 선발기준인 직무전문성, 영어 구사능력, 국제경험 등을 두루 인정받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50여명이 지원한 연구·전략분야 합격자로 최종 낙점됐다.
한 과장은 6월 중순부터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WCO 본부에서 근무할 예정이며, 향후 5년 간 관세 및 국제무역문제 등에 관한 연구 수행은 물론 각종 국제관세지침 개발 및 사무총장 자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한편 관세청을 비롯한 우리나라 정부는 이번 한 과장의 WCO 정식직원 선발로 인해 관세 관련 국제협약을 총괄하고 있는 WCO 내에서의 입지도 다소 넓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출실적 세계 7위 및 무역규모 세계 9위를 달성하며 무역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지만, 지난달까지 WCO 내에 정식직원이 단 1명도 없어 각종 관세 관련 국제협의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관세청은 이달에만 정규직원 1명을 비롯해 파견직 2명 등 총 3명의 WCO 직원을 배출함에 따라 ▲상품·원산지분류 ▲관세협약 개발 ▲관세징수 ▲안전무역 ▲지식재산권 보호 등 WCO가 결정하는 국제관세협약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WCO 정규직원 파견현황은 경쟁국에 비해 여전히 적은 수준이어서, 무역규모 1조 달러 달성 및 EU·미국과의 FTA 발효 등에 따른 무역량 급증과 함께 빈번해질 관세분쟁에 적절히 대비하기 위해 WCO 직원파견에 더욱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WCO 내 정식직원은 사무총장을 비롯해 총 45명이며 ▲프랑스 7명 ▲미국·일본 각 4명 ▲영국·호주·독일 각 3명 ▲벨기에·러시아 각 2명 등으로 세계 무역강대국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세계시장에서 경쟁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지난 2008년 쿠니오 미쿠리야(Kunio Mikuriya) 씨가 아시아국가 출신자 중 최초로 WCO 사무총장으로 당선되는 등 세계관세기구 내에서의 입지를 넓히며 각종 국제 관세협약을 주도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앞으로 국제관세 전문가를 양성하는 '관세청 글로벌 인재양성 중장기 액션플랜'을 마련, 실무전문가 뿐만 아니라 사무총장, 국장 등 WCO 고위 선출직에도 우리 관세공무원이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