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는 필요시 인하에 대비"-유보적 입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정치권에서 불거지고 있는 감세 철회논쟁과 관련 "예정대로 감세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이틀 앞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감세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 정책으로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대외신뢰도 유지를 고려할 때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이어 "세율인하는 경제성장 제고 및 중장기적인 세수증대에 효과적이다. 중장기적으로 세입증대 및 재정건전성 확보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또 여야 정치권에서 감세와 관련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과표구간을 신설해서 변형하기보다는 최초에 만든 감세정책을 그대로 밀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그는 지난해 세제개편에서 논란 끝에 명맥을 유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올해 세법 개정 때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의 정부입장을 재확인했다.
유류세 인하문제에 대해서는 "유류세 인하는 에너지소비 절약 유도, 국제유가 동향,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과거 국회의원 시절 유류세 감세를 주장했던 입장에서 정부의 입장으로 다소 선회한 모습이다.
그는 "현재로선 정유사의 한시적 유가인하가 종료되는 시점(7월6일)에서 국내유가 추이를 봐가며 유류세 인하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유류 가격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단기적인 유가급등 등 필요시에는 유류세를 인하할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무상복지 확대에 대해 "무상복지는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과다 서비스 이용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와 재원 낭비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재정여건상 감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상복지 추진은 국민부담률 상승과 연계해 검토해야 하며 국방·통일비용 등 우리가 안고 있는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술과 담배에 붙는 이른바 '죄악세'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술과 담배에 대한 세금이나 부담금은 중장기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론적 찬성입장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과세강화 방안과 과세시기 등은 국민건강 증진과 건강보험 재정여건, 외부불경제 교정효과, 조세부담의 역진성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후보자는 연기금 주주권 행사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연기금 자체의 지배구조를 개편할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한 경영감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대리인 문제 해결 등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현행 연기금 운용 및 지배구조 하에서 의결권 행사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기업가치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금융자본의 산업지배 등 다양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면서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연기금 자체의 지배구조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사태에 따른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에 감독기능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최근 금융감독 개편 논의는 금감원 검사의 비효율과 불공정 측면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금감원의 검사·감독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쇄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 문제에 대해서도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과 시장수급을 반영해 움직여야 한다. 다만 우리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와 과거 급격한 자본유출 경험 등을 감안할 때 적절히 대응할 안전판을 확보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