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 및 과징금 29억 6000만원 부과
'쌍벌제' 해당되는 의료기관은 없어
자사 의약품 공급을 위해 시중 병·의원들에 현금과 상품권은 물론 골프접대, 무상 물품지원, 외상매출 할인 등 갖가지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해 온 제약회사들에게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태평양제약, 한올바이오파마, 신풍제약, 영진약품공업,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 슈넬생명과학, 삼아제약, 뉴젠팜, 스카이뉴팜 등 9개 제약사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9억 6000만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업체별로 태평양제약 7억 6300만원, 한올바이오파마 6억 5600만원, 신풍제약 4억 9200만원, 영진약품공업 3억 9500만원,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 2억 3900만원, 슈넬생명과학 2억 3300만원, 삼아제약 1억 2400만원, 뉴젠팜 5500만원, 스카이뉴팜 800만원 등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적발된 업체들은 대부분 병·의원 등에 의약품을 신규로 납품(신규랜딩)할 경우 그 대가로 현금, 상품권을 지원했으며 삼아, 신풍, 태평양, 영진, 미쓰비시다나베, 슈넬 등 6개 업체는 제품 판매 증진책으로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골프, 식사접대를 해왔다.
또 삼아, 신풍, 영진, 미쓰비시다나베 등 4개사는 병·의원에 컴퓨터, TV, 냉장고 등 전자제품을 무상으로 제공했으며 신풍, 미쓰비시다나베 등 2개 사는 외상매출금 잔액을 할인시켜 주는 방법으로 지원했다.
특히, 한올의 경우 강남세브란스 병원 등 유명 대학병원에 학술논문의 번역을 의뢰한 뒤, 통상적인 의뢰비용의 최대 100~150배에 해당되는 과다한 번역료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부당 지원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공정위는 "이러한 제약사들 간의 과당 판촉 경쟁은 최종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제공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과도한 리베이트 제공 등으로 인해 의약품의 가격만 높아져 소비자 지출 부담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적발된 업체 중 특별히 검찰에 고발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위는 처리결과를 보건복지부 등 관련 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 고시에 따라 검찰 고발 기준에 해당되는 업체가 없기 때문에 따로 검찰 고발 조치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다만 검찰 등 관련 기관에서 사건자료를 요청할 경우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약사들이 지출한 리베이트 비용이 분식회계 등 또 다른 위법 행위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정위 조사결과의 관련 기관 통보에 따라 이번 사건이 검찰 수사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제약업체들의 리베이트는 모두 지난해 11월 28일 이전에 일어났기 때문에 ‘쌍벌죄’에 적용대상 병·의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베이트 쌍벌죄는 개정된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 등에 따라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리베이트를 제공한 경우 제공한 업체는 물론 수수한 병의원 등 수혜자 모두를 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할 수 있는 제도다.
아울러 지난 2009년 8월 이후 실시 중인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로 이 기간 이후 리베이트를 해온 것으로 밝혀진 한올, 슈넬, 미쓰비시다나베, 스카이뉴팜, 뉴젠팜 등 5개 업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결정에 따라 제품 가격을 인하(최대 20%)해야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