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정조사 필요성 공감…시기와 방법에선 이견
여야 정치권이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한목소리로 주장함에 따라 다음달 중 국조가 이뤄질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검찰수사만 믿고 기다릴 수 없다며 저축은행 관련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했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소장파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도 필요에 따라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한마디로 저축은행 국정조사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조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여야가 다른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국조를 위한 조율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먼저 국정조사 시기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검찰수사가 마무리된 다음 미진한 부분을 직접 파헤치자는 주장이다.
여기엔 '자칫 정치권과 검찰이 혼선을 불러일으킬 경우 여권에 상상 이상의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검찰 수사를 통해 전모가 밝혀지는 대로 필요 시에는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선 검찰수사, 후 국정조사' 방침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수사와 상관없이 즉각 저축은행 관련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까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접하면서 발빠르게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는 셈이다.
국정조사의 방법에 대해서도 여야는 다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 정무위를 통해 저축은행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되, 규제완화 등으로 저축은행 외연 확장을 뒷받침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주로 겨냥하려고 한다.
반면 민주당은 해당 특별위원회를 구성, 저축은행 사태 악화에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 당국과 감사원 관계자들을 불러 현 정권의 실정 등을 추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감사원장 시절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압력을 받았다고 밝힌 김황식 국무총리도 국정조사의 무대에 세워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은 김황식 국무총리가 증인 자격으로 국정조사에 나올 경우 여권 전체가 극심한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를 하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는 중이다.
이에 민주당은 29일 "또 다른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감사결과 처리를 도와주는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이용섭 대변인)며 여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특히 "청와대의 핵심실세, 정부의 장·차관, 공기업 사장 등이 저축은행 사태에 깊숙이 개입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즉각적인 국정조사와 이를 통한 의혹해소에 나설 것을 여권에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