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이 올 들어 이래저래 괴롭다. 올 한 해만 이런저런 과징금으로 많으면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직·간접적으로 정부에 내거나 시장에 풀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SK그룹이 지난 2003년 글로벌 사태 이후 '제2의 수난'을 겪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SK수난사'의 첫 타자는 SK마케팅앤컴퍼니. 2월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1억8800만원의 과징금을 추징당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과징금 납부는 완료됐으며, 현재 시정명령을 이행 중이다.
4월, SK에너지는 정부의 전방위적 압력에 못 이겨 정유업계 최초로 '리터당 100원'이라는 기름 값을 전격적으로 인하했다. 정부의 기업 '손목비틀기'식 물가잡기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3개월 간 모든 휘발유 고객에게 리터당 100원 씩의 할인을 제공함으로써 SK에너지가 감당하게 될 손실은 약 2500~3000억원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름 값 인하는 주유소들의 미온적 태도와 커뮤니케이션 부족 등으로 기대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SK케미칼은 제약업체들과 인플루엔자 백신의 단가를 합의하고 물량을 배정했다는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0억 6800만원을 부과 받고 현재 최종의결서가 발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정유사들의 '원적지관리'도 문제삼았다. 지난 25일 4개 정유사는 43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SK에너지는 1379억원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정유사들은 "담합한 사실이 없으므로 (공정위의 처분은)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에너지 측도 "의결서가 나오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통신요금인하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요금 T/F가 내놓은 요금인하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에 요금안은 다시 이동통신사로 넘어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평가다. 정부와 국민 정서 모두를 납득시킬만한 안을 내놓기 위해서 SK텔레콤 측은 SK에너지의 경우처럼 최소 수 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받은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추가징수 당하게 될지도 걱정이다. 업계에서는 추징액을 수 백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지주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SK그룹은 상당한 액수의 과징금을 내야할 상황에도 직면해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계열사들에 대한 세무조사, 올 들어 기름 값과 통신요금 인하 압박, 각종 담합 결정에 따른 공정위의 과징금까지. SK그룹의 시련은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재계 3위 그룹의 행로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