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협약 체결 확대, 하도급분야 불공정 행위 개선
대기업 출자구조 '지분도' 공개, 일감 몰아주기 제재 강화
한국형 '컨슈머 리포트' 추진…가격·품질 정보 공개 확대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각종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규모를 올해보다 높일 전망이다.
또한 공정위는 내년도 구두 발주, 부당단가 인하, 기술 탈취 등 하도급 분야 3대 불공정 행위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하는 한편, 1차 협력사 이하의 하도급거래에 대해서도 집중 감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대기업 정보공개 강화 차원에서 계열사 출자 현황, 지분율, 진출 업종, 내부거래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공개하고, 대기업 집단의 출자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분도'를 공개할 방침이다.
이밖에 공정위는 내년 1월부터 개통되는 소비자종합정보망을 활용, 다수의 소비자가 실제 구매 경험과 활용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한국판 '컨슈머리포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15일 한국소비자원에서 열린 '2012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내년도 주요 정책 추진 현황을 보고한 뒤, 업무 일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 담합 등 각종 불공정 행위 과징금 강도 'Up' = 공정위는 내년부터 법 집행 효과를 높이고자 담합 등 각종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율 한도를 높일 계획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불공정 행위 유형에 따라 부과되는 과징금 비율 한도는 각각 다르다.
예컨대 카르텔(담합)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부과되고,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는 매출액의 최대 3%, 일반 불공정 행위는 2% 등 법률상 허용되는 과징금 부과 한도가 정해져 있다.
공정위는 현재 이 같은 법률 한도를 준용한 내부지침(고시)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고시에 규정된 과징금 한도 규정이 대체로 법률상 규정된 한도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의 경우, 법률상 과징금 부과 한도는 3%이나, 고시에는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라도 부과기준율이 1.5~2.0%로 규정되어 있다. '필요 최소한'이라는 법적 한계보다도 낮은 내부 과징금 고시의 불합리성을 공정위 스스로 인정한 셈.
이에 따라 공정위는 내년부터 그동안의 심결 사례를 토대로 계량적 지표에 근거한 보다 구체적인 과징금 감경기준을 마련해 과징금 부과의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지난 14일 사전브리핑에서 "지금까지의 시장 상황과 제재로 말미암은 개선 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한 분야에 대해 법률상 규정된 최고한도까지 (과징금 부과한도를)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 1차 협력사 이하 '납품단가 후려치기' 집중 단속 = 공정위는 내년부터 1차 협력사 이하의 불법 하도급행위에 대한 감시 활동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제조업 분야 서면실태 조사결과 거래단계가 내려갈수록 법을 위반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원사업자의 위반 비율(41.3%)보다 1차 협력사들의 하도급법 위반 비율(46.5%)이 더 높았다.
공정위는 내년도 제조업 3~4개 분야 및 건설용역분야 3개 업종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혐의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협약 체결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내년도 공정위는 기존 협약체결 기업에 대해 재체결을 독려하고, 매출 규모와 하도급 거래 비중이 큰 55개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신규 체결을 촉구하기로 했다.
□ 대기업 계열사 현황, '지분도' 공개…투명경영 '압박 ' = 공정위는 내년에 대기업 집단의 정보 공개를 강화해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자율시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공정위는 계열사 출자 현황, 지분율, 진출 업종, 내부거래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공개함과 동시에 대기업 집단의 출자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대기업 집단의 출자 '지분도'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철수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분도 공개를 통해)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지분 출자 구조를 좀 더 알아보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정위는 대기업 내부 계열사로부터 계약을 수주하고, 별다른 역할 없이 중소기업에 이를 위탁한 뒤, 수수료만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 관행에 대해서도 규율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한 사무처장은 "현재 법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추진되도록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형 '컨슈머 리포트' 추진…가격·품질정보 공개 확대 = 소비자 권리 강화와 물가안정을 위한 밑그림도 제시됐다. 공정위는 내년부터 이른바 한국판 '컨슈머리포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년 1월부터 개통되는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종합정보망에 '온라인 컨슈머리포트'를 개설해 소비자 구매 활동에 도움이 되는 상품 비교 정보를 일괄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해당 사이트는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제품 구매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위키피디아' 방식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소비량이 많은 제품, 최신 트렌드 품목 등을 대상으로 한 비교정보 생산도 확대할 계획이다.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도록 사이트는 회원제, 실명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민생활 품목에 대한 담합 등 불공정 행위 감시활동도 보다 강화된다.
공정위는 특히 민생품목 중 가격차가 크고, 영업 이익률이 높은 아웃도어 용품 등을 대상으로 소비자가격 할인 금지행위 등 불공정거래를 집중 감시하고, FTA로 말미암은 관세인하 혜택이 최종소비자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유통단계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동수 위원장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큰 고통을 느끼는 그룹은 바로 서민·중소기업"이라며 "서민들이 가장 고통을 겪을 수 있는 생필품 분야를 중심으로 한 민생품목에 대한 담합 등 각종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올해와 변함 없이 (감시 활동을)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