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년7개월 만에 의원총회에 얼굴을 내비쳤다. 얼굴을 내비친 정도가 아니라 의총장에서 쏟아진 자신에 대한 당내 요구사항을 청취하며 사실상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의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8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총회 시작 직전에 입장했다. 전날 있었던 쇄신파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의원총회에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
그는 측근정치, 불통정치 지적을 의식한 듯 평상시와 달리 수행 없이 혼자 입장했다. 의총장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어제 다 얘기해서, 우선 참석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회의장에 들어섰다.
의원들은 오랜만에 의총장을 찾은 박 전 대표에 대해 반가움을 표하며 악수를 청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어제까지 먹구름과 폭풍우가 몰아치던 가슴이었지만 오늘 아침 일어나면서 무언가 모를 희망을 느꼈다"면서 "어제 박 전 대표와 쇄신파 의원들의 모임은 국민들에게 아름답게 보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의총장 분위기는 달랐다. 의원들은 전날 쇄신파와의 회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이면서도 박 전 대표가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김성태 의원은 "오늘 이 자리는 한나라당의 진정한 변화가 시작되는 자리다. 박근혜 전 대표께서는 직접 연단에 나와 '친이 친박은 없다, 차별과 불평등은 없다'고 밝혀 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했다.
조해진 의원은 "박 전 대표 혼자 또는 일부세력이 지도부가 되어서는 극복하기는 어렵다"며 "대선 예비주자나 쇄신파 등 계파가 존재하는데 모든 존재들이 화합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차명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가 너무 믿고 맡겨서, 청와대 시스템 때문에 불통이 된 면이 있다"면서 "비대위에서는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데까지만 노력해 주시고, 총선을 책임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의원들의 발언을 들은 후 "얼마 남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국민의 삶에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자"며 "이 말에 친이 친박 등 모든 문제가 다 녹아있다. 여러분의 말씀을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는 내주 월요일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헌당규 개정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될 예정이다.
이날 의총을 통해 친박계 중심의 소통 방식과 당 쇄신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연쇄 탈당이 예상되는 등 비상 국면은 다소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나라당의 쇄신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만큼 이날 제기된 의혹과 불안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어떤 해법을 내놓으며 난국을 돌파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