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매복행위' 예방에 방점
경쟁당국이 '표준특허' 권리를 부당하게 남용하는 불공정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표준특허의 남용 등 표준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 위반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표준특허권 사업자의 지식재산권 공개범위를 넓히는 내용 등이 담긴 '표준화기구 모범운영기준'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표준특허(Essential Patent)란 해당특허를 따르지 않고는 표준규격을 따르는 장치나 기술을 구현하기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기술을 의미한다.
일례로 지난 1994년 국내 이동통신사가 표준 무선통신 기술로 지정한 CDMA(코드 분할 다중접속)기술은 미국 퀄컴사가 보유한 표준특허 권리로 국내에서 통용되는 휴대폰 등 통신기기를 제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퀄컴사는 지난 2009년 국내 이통사에 자사 모뎀칩 사용 여부에 따라 로열티를 차별적으로 부과한 불공정 행위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2600여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은 바 있다.
공정위는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이번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가이드라인은 표준 선정과정에서 특허 존재를 고의적으로 숨긴 뒤, 해당 기술이 널리 보급될 때 표준특허을 이용하는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거액의 로열티를 받아내는 이른바 '특허매복행위'에 대한 방지책에 방점을 뒀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앞으로 표준으로 논의되는 기술에 특허권을 보유한 사업자 및 그 대리인은 표준 확정 이전에 특허정보를 사전에 미리 공개해야 한다.
또한 표준으로 선정된 특허기술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해당 표준특허를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싱하도록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확약을 확보토록 했다.
아울러 표준화 논의 과정에서 관련 기술 및 상품·서비스의 가격, 생산량, 판매조건 등 시장경쟁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는 교환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특허권자 사이에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특허 실시조건을 사전에 공개하는 행위는 허용했다.
이밖에도 표준화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회원 자격을 명확히 공개하고 특정사업자에 대한 표준화 논의 참여제한 결정 시 정보를 반드시 공개하는 등 표준특허 논의과정의 진입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표준특허와 관련된 분쟁이 증가하는 추세인 바, 적극적인 모범운용기준을 제시해 기만적 특허매복행위 등 표준특허 남용행위를 사전에 예방토록 했다"며 "향후 예방활동과 함께 특허권 남용행위를 집중 감시해서 불공정행위 적발 시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