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오는 4월부터 평균 2.5% 인하한다.
이번 보험료 인하로 소비자들은 약 3200억원의 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로서는 인하 소식이 나쁠 리 없다.
하지만 단순히 손보사들이 소비자 이익을 위해 보험료를 인하했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금융논리 보다는 정치논리가 우선시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만해도 금융당국과 손보업계는 일관되게 "아직 인하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2010년 12월 마련된 정부의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에 따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을 찾아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적자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적자는 3349억원. 전년 동기 1조2684억원 적자에 비해서는 많이 호전됐지만 여전히 적자다.
이런 상황임에도 금감원은 1월 말 올해 감독방향을 발표하며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타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입장 선회에 나섰다.
그러더니 2월 말 금융당국의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촉구하는 발언을 내놓자 자동차보험 인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삼성화재와 동부화재를 시작으로 2% 이상의 보험료 인하를 확정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나머지 손보사들도 이와 같은 수준으로 내릴 것이란 예상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 관계자들은 "서민물가안정을 내세우는 정치논리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점을 꼬집고 있다.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손보업계 양극화 심화와 함께 서비스질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경우 자동차보험에서 손해가 나도 일반보험과 장기보험에서의 수익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 특히 자동차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온라인자동차보험의 경우에는 그럴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럴 경우 중소형사들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서비스 부분에 대한 사업비를 줄이게 되고 이는 서비스질 저하와 고객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자동차보험 전체의 순익이 흑자로 돌아서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보험료 인하를 감행할 경우 대형사들은 다소 출혈을 감수하고 점유율 뺏기 전략을 펴게 되고 중소형사들은 서비스경쟁력 저하와 고객이탈이라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사실 보험료 인상과 인하는 손해율(위험율)에 따라 결정되면 명확하고 단순하다.
하지만 자동차보험료에도 포퓰리즘의 잣대를 들이대면 상황은 녹록치 않게 변한다.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서비스질 저하 등 부작용이 수반되지 않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헤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