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주국제영어마을 불공정 환불조항 시정권고
A씨는 작년 1월경 자녀의 겨울방학을 맞아 제주국제영어마을에서 주관하는 29박30일짜리 영어캠프에 268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신청했다. 모집 당시 뉴질랜드 초중학생들도 캠프에 참석한다는 광고를 믿고 신청했는데, 실제로 캠프장에 원어민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캠프장 시설도 매우 낙후됐다.
겨울인데도 온수가 나오지 않았고, 세탁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8인 1실 숙소임에도 불구하고 12~14명의 학생들이 함께 잠을 청하도록 했다. 당초 계약내용과 완전히 달랐다.
실망한 A씨는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려고 했지만 업체 측은 이미 계약서를 통해 안내한 사안이기 때문에 환불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등록비 30만원은 어떤 이유에서도 환불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B씨의 경우도 억울하긴 마찬가지. 그는 딸의 건강상 이유로 캠프 시작 3개월 전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약관을 근거로 등록비 30만원은 무조건 환불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방학을 맞아 제대로 된 영어교육환경을 기대했던 학부모와 학생들에겐 일종의 '사기'나 다름없는 행위.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이와 같이 참가비 상당액을 등록비로 일괄징수한 뒤 어떤 경우에도 반환하지 않도록 정한 제주국제영어마을의 이용약관 및 환불규정에 대해 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주국제영어마을은 계약서 약관규정에 참가기간이나 참가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30만원을 등록비 명목으로 받은 뒤, 무조건 반환하지 않았다.
캠프가 시작되기 2주 전에 취소할 경우 참가비의 20%, 하루 전에 취소할 경우에는 참가비의 50%를 공제한 잔액만을 환불했다.
공정위는 "합리적 사유 없이 등록비를 일괄적으로 책정하고 캠프 시작 상당기간 전에 취소하는 경우에는 이를 반환하지 않는 것은 과도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약관법상 무효인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제주국제영어마을은 여타 영어마을 캠프에 비해 위약금 요구액이 과다했다.
실제로 경기영어마을의 경우에는 캠프시작 1~2개월 전에 신청을 받고 있으며, 교육 개시일 3일 전에 취소 통보를 할 경우 참가비 전액을 환불해주고 있다.
특히 제주국제영어마을은 원어민 학생이 불참하는 등 사업자 스스로의 귀책사유가 있음에도 참가비를 환불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사실상 이 부분도 무효로 판정했다.
공정위는 "원어민 학생 불참 등 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캠프가 비록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민법상 손해배상 논리에 따라 고객에게 정당한 환불과 함께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국제영어마을은 2012년 현재 국세청에 폐업 신고된 사업자로, 제주도교육지원청에 등록되지 않은 '무등록' 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인 영어마을이 교육청에 공식 등록돼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것과 달리 개인사업자에 의해 운영되어 온 것이다.
불공정 약관으로 피해를 받거나 분쟁이 생긴 경우에는 소비자상담센터(1372)를 통해 관련 피해에 대해 상담신청, 구제요청을 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소비자 피해가 재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향후 제주영어마을뿐만 아니라 전국에 산재한 영어마을의 약관 이용 실태를 전수조사해서 불공정 약관이 발견될 경우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공정위 이유태 약관심사과장은 "학교 가정통신문 형태로 영어캠프 신청을 받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신뢰하기보다는 충분한 정보와 이용후기 등을 살펴 신중히 신청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위약금을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사업자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 등은 불공정 약관이므로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