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안전자산 매력 감소…엔저 장기화 전망
자동차 등 수출기업 타격 불가피…현대·기아차에 부정적
엔화약세로 불리우는 '엔화의 역습'에 한·미 FTA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불길한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그 피해는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미국 등 해외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8일 박형중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 흐름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일본경제 부진 등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의 강세요인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였던 것은 금융시장에서 일본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 평가받았기 때문.
실제 그간 일본 엔화는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현재 유럽문제는 완화되고 있고 미국 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가는 등 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은 해소되고 있는 단계라는 측면에서 엔화 약세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엔화의 보유 욕구가 높아질 만한 환경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본 엔화약세 흐름이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수출 업종들 가운데 자동차 분야의 피해는 불가피하며, 현대·기아차에 부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자동차 업계의 부품 공급망도 대부분 정상화됐고, 도요타 등이 전 세계에서 할인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영향까지 겹치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 실적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한·미 FTA가 지난 15일 발효된 이후 자동차 부품의 경우 국내 5000여개 업체가 관세 철폐로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고, 연간 1500만대가 팔리는 미국 자동차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엔저 장기화로 인해 한·미 FTA의 장미빛 전망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엔고와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 등 악재에 시달렸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며 신차들을 발표하고 있어 긴장감마저 도는 상황.
실제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 도요타가 뉴 캠리와 신형 프리우스 3개 모델, 렉서스 브랜드의 새 GS 시리즈를 출시한 데 이어 하반기에 또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인 GS45를 내놓기로 했다.
또 혼다코리아도 향후 4년간 풀 모델 체인지를 포함해 총 10여종의 신차를 들여오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수출기업 500여개사를 대상으로 '엔저 현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조사'를 실시해 28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엔저 현상으로 인해 응답 기업의 68.0%가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으로는 '환차손 발생'(74.8%), '채산성 악화'(43.7%), '수출 감소'(23.5%) 등을 꼽았으며, 응답기업의 75.5%가 엔저 현상이 '최소 연말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한·미 FTA의 발효에 기대감은 당분간 엔저현상의 역습으로 상당 부분 그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보여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