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악법 중의 악법 반드시 폐지해야"
'세금의 連坐制'로까지 불리는 상속개시일 전 처분재산 등의 상속추정을 규정한 현행 상속·증여세법 15조의 폐지가 추진된다. 이 규정은 정부가 9월 입법을 추진 중인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상당부분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향후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나라당 김부겸 의원을 비롯한 15명의 의원들은 26일 상·증세법 15조 폐지를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 상·증세법 15조는 당초 '금융실명제'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때에 조세포탈 등 탈법을 봉쇄키 위해 도입된 법. 주 내용은 피상속인이 사망 전 1년내 2억원 이상의 빚을 졌거나 예금을 인출한 경우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빚과 인출한 돈에 대해 사망자의 사용처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더해 사망 전 2년 내 5억원 이상을 빚지거나 인출할 경우 그 사용처를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상속인이 이를 입증치 못할 경우 이 돈을 상속받았다고 추정해 최고세율이 50%인 상속세를 부과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학계는 이 규정에 대해 '세금의 연좌제', '세무공무원도 못 지킬 악법 중의 악법' 이라며 폐지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게다가 금융실명제가 불완전하나마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더 이상 세법에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는 "세무공무원도 지키지 못할 조건을 국민에게 지우고 있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며 "자금 관리기술이 미흡해 객관적 증거를 제대로 확보치 못한 중산층 사업가들이 이 규정에 걸려들어 '패가망신' 하는 경우가 많다" 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시행하는 나라에서도 이 같은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며 "완전포괄주의 도입과 함께 이 규정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김부겸 의원 등도 법률안을 통해 "피상속인의 사망전 처분한 재산의 사용처를 상속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 라며 "증빙자료의 구비능력에 따라 과세여부가 결정되는 등 조세형평성에도 반한다" 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