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3차례 민영화 시도 번번이 무산
노동․정치권, 반대…정권말 무리한 매각 추진
금융당국, 민영화 방식 고집…새 방식 고민 필요
우리금융지주의 연내 민영화가 또 다시 무산됐다.이에 따라 차기 정권으로 11년 밀린 숙제가 넘겨지게 됐다.
27일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 매각과 관련해 예비입찰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제안서를 제출한 투자자가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예비입찰 결과에 따른 향후 처리방향은 오는 8월 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과거 사례 등에 비추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매각절차를 계속 진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로써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는 3번째 쓴잔을 마시게 됐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난 2010년 우리금융투자자그룹에서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그외 투자자들이 10% 미만으로 소규모만 참여하자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민영화 중단을 선언했다.
또 지난해에는 대형 금융지주사가 입찰에 빠진 가운데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만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유찰됐다.
올해의 경우 유력한 인수후보로 KB금융지주가 거론됐으나 정치적 부담 등을 이유로 막판 입찰을 포기함에 따라 이외 인수후보로 나섰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IMM PE 등이 동반불참하며 최종 무산됐다.
MBK파트너스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려 했으며, IMM PE는 교보생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올해 추진된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권 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당초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더구나 인수합병의 당사자들인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노조에서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MB정권에서 우리금융을 무리하게 매각하는 것은 안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또 야권은 물론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마저 "우리금융 매각을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며 고개를 설레설례 흔들자 일순간 동력을 잃어 버리는 모습을 보여 줬다.
3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우리금융 매각을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의 경우 정부 혹은 정부 투자기관의 보유주식을 국민 다수에게 분산매각하는 '국민주 방식'과 우리금융지주에서 우리사주 방식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안, 블록딜(경쟁입찰 방식)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일괄매각방식 이외에는 해답이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원칙에 가장 부합한 것은 일괄매각 밖에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공자위는 국민주 방식은 현행 법령 하에서는 집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를 한 포항제철이나 한국전력과는 달리 43%에 달하는 기존 일반주주가 있어 대규모 물량의 국민주가 주기적으로 나올 경우 주가 하락에 따라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
27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3년간 3번 추진했는데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매각을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1998년부터 2001년 기간중 우리은행(구 상업, 한일, 한빛은행) 7조9058억원, 구 평화은행 8316억원, 경남은행 3528억원, 광주은행 4418억원, 구 우리종금 3조2343억원 등 총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이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공적자금 잔액은 7조1475억원이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저녁 우리금융 예비입찰이 무산된 직후 "현재의 제반 매각여건에 비추어 볼 때 가까운 기간 내 매각을 재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그간 3차례의 경영권 매각 추진과정에서 잠재적 투자자들의 윤곽이 구체화되고 제반 이슈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공론화가 이루어진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