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완화를 놓고 정부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늘어나는 가계 빚을 막기 위해 DTI 기준을 바꾸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최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정부회의에서는 DTI 완화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27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은 기자단과의 오찬에서 "DTI 개선은 기본 틀을 바꾸지 않으면서 보완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주택시장의 가장 큰 어려움은 미래의 수요에 대한 불안이다. 내일모레 은퇴하는 직장인과 젊은 층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득규모에서 차이가 나는데, 심리적 수급을 정부가 살려줘야 한다. 예를 들어 매달 70~80만원씩 (대출금을)갚아나가면 20~30년 후에는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DTI의 일부 보완이 결국 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DTI는 주택대출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미세조정은 큰 틀의 완화와 같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DTI 완화가 부동산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만큼, 만일 이러한 보완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 결국 '빈껍데기' 정책이 될 수밖에 없어, 완화의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 원장은 은행권의 가산금리 실태점검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져야 가계부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이를 점검해서 불합리한 부분을 은행들이 고치도록 권고해 나가고, 일부분은 공시가 되도록 해 대출자가 은행을 선택하는데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26일) 국회에서 문제가 제기된 은행권 감사(가산금리 임의조정 등)에 대해서는 "생각을 바꾸고 발상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관료들의 문제점은, 문제가 막 제기됐을 때에는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시간이 흐르면 의식이 약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듣는 게 아닌가. 폭풍우가 지났다고 고치지 않으면 또다시 문제가 계속될 것이다. 이번 일은 (내가)현직에 있는 동안 일어났다는 점에서 수치스럽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