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소득 낮을수록 부채상환여력 떨어져"
가계대출 리스크 위험도, 제2금융권이 더 높아
경기침체 장기화로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영세자영업자, 저임금근로자 등 저소득층 가구의 부실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 중에서도 부실위험도가 높은 부채비중은 근로자 계층보다 자영업자 그룹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돈을 빌린 금융사가 많은 이른바 '다중채무가구'의 부실위험 부채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채무불이행에 따른 신용리스크 위험도는 최근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한 제2금융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KDI(한국개발연구원) 김영일 연구위원은 5일 발표한 '가계부문 부채상환여력의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연구분석 결과들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개별 가구들의 실질적인 현금흐름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2011년 통계청 가계금융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소득에서 소비와 부채상환액을 뺀 재무여력(FM: Financial Margin)과 부채대비 순자산(자산-부채)비율인 순자산여력(NW: Net Worth) 등을 주요지표로 활용했다.
분석결과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 가운데 재무여력이 마이너스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1/3 정도이며, 순자산여력이 음의 값인 가구 비중도 7% 정도로 집계됐다.
쉽게 말해 부채가구 3집 중 1집 꼴로 매달 월급이나 소득에서 기본적인 소비와 빚 갚을 돈을 빼면 남는 돈이 없다는 얘기다.
전체 부채규모의 상당수는 상위 소득 가구에 집중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부채상환비율 등 금융리스크는 저소득가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4~5분위 중상위 소득계층이 보유한 부채는 전체부채의 73% 정도로 높지만, 이들 가구의 소득과 순자산은 각각 76%, 75% 정도로 부채비중을 상회했다.
반면 소득 1~2분위 등 저소득가구의 부채규모는 전체 13% 정도로 낮았지만, 가처분소득과 소득에서 빚을 갚아야 되는 부채상환비율(DSR)이 높아 전반적인 재무여력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일례로 소득 1분위 취약부채가구 비율은 전체 평균(3.28~4.95%)보다 4배 정도 높았고, 부실위험 부채비율(3.13~6.26%)비율도 평균의 3배 수준을 웃돌았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저소득층 부채가구가 경기부진으로 인한 소득감소나 자산가격 하락 등의 충격에 대해 상대적으로 취약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당초 우려와 달리 수도권 거주자가 지방에 비해 특별히 부실 위험도가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 취약부채가구 비중과 부실위험 부채금액 비중은 4.44%(재무여력 10% 미만, 순자산여력 20% 미만)로 전국 평균치(4.95%)보다 낮았다.
다만 보고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낙폭이 더 확대되거나 장기화 될 경우 수도권 가구 부채상환여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가구별 부채상환여력은 중·하위 소득구간에 속한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 그룹 모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고, 부실위험 부채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같은 소득구간이라도 부실위험도가 높은 부채비중은 자영업자 그룹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또한 차입 금융기관 수가 많을수록 부채상환여력이 취약한 가구비율이 높고, 부실위험도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컨대 차입금융기관이 3곳 이상인 가구 중 재무여력, 순자산여력이 모두 마이너스인 가구비중과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채금액 비중은 각각 8%, 6% 이상으로 차입기관이 2곳 이하인 가구들보다 더 많았다.
가계대출 부실문제에 대한 리스크는 제2금융권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은행부문 가계대출 규모가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을 상회할 정도로 빠른 상승세를 보인 측면으로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부실위험 가계대출 비중과 차입가구의 채무불이행시 전가가 예상되는 손실률은 은행의 경우 비교적 작은 반면,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에는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재무여력과 순자산여력 모두 마이너스인 가구를 대상으로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실규모를 측정한 결과, 전체 부채금액의 1.6~2.3% 상당이 채권자에게 전가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한다는 분석결과 등을 고려할 때, 부실에 따른 파급효과도 상당할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상당수가 부채상환여력이 있는 가구를 중심으로 분포하고 있어 부실 완충여력이 작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부채상환여력이 취약한 가구의 경우 부채규모가 비교적 적더라도 이들 중 부실위험도가 높은 가구 수가 많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 대책은 구조적으로 가계의 재무유동성을 지원하는 위한 정책방향, 예를 들어 자산의 거래활성화와 유동화 등을 지원하기 위한 조세정책 및 금융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차입자의 상환위험을 고려한 대출관행이 정착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