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재산 범위에 용역거래 등 '경제적 이익' 추가
내국인 해외재산 이전 과세강화…"사실상 모든 거래 과세"
변칙증여를 막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도입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제도가 한층 강화된다. 그 동안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완전포괄주의를 보완, 이제부터라도 강력한 과세제도로 운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동안 물품이나 현금, 토지 등 눈에 보이는 유형재산 등을 위주로 증여세가 과세됐는데, 앞으로 서비스 등 눈에 보이지 않은 용역거래 등도 '경제적 이익'으로 판단해 과세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거주자의 해외재산 이전에 대한 증여세 과세장치도 강화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올해 정기국회 세법심의를 거쳐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용역 무상거래 등 '우회거래' 증여세 타깃 =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세법이 시대적인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증여세는 주로 현물, 현금, 토지 등 눈에 보이는 재산이전을 대상으로 과세됐다. 이런 맥락에서 증여세 포괄주의도 실질적인 부의 무상이전을 과세 대상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활동의 다변화와 높은 세율의 증여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법망을 피하는 변칙증여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는 상황. 특히 부유층들을 중심으로 눈에 보이지 않은 용역 무상거래나 우회거래를 통해 부를 대물림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되고 있다.
재정부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된 이후에도 변칙적 증여로 인해 증여세 과세여부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포괄적인 증여개념에 대응하는 일반적인 증여이익계산 방법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적극적으로 과세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은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규정의 증여재산 범위에 '경제적 이익'을 추가함과 동시 증여재산을 계산하는 일반원칙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재산의 무상이전은 해당 재산가액으로, 재산의 유상이전은 시가로, 기여에 의한 재산가치 증가는 재산의 평가차액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설정했다.
특히 개정안은 일부 비정상적인 거래에 대한 증여세 최저 과세기준을 '3억원 이상' 거래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특수 관계가 없는 자들의 거래와 선의로 행하는 자금지원 및 도움 등에까지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도록 최저 과세기준을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인, 재외국민 등 증여세 과세범위 확대 = 이른바 '비거주자'로 불리는 외국인과 재외국민 등에 대한 증여세 과세범위도 확대된다.
정부는 비거주자 증여세 과세대상에 국내소재재산 뿐만 아니라 거주자로부터 증여 받은 해외금융계좌자산과 국내재산을 50% 이상 보유한 해외현지 법인 주식 등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는 최근 국제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금융재산의 국내외 이동이 한층 쉬워진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행 세법상 거주자가 비거주자에게 국외재산을 증여한 경우 해당 국가에서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만 과세가 가능하다.
재정부는 "외국에서 발생한 소득을 국내에 유입하지 않거나 국내재산을 해외로 유출해서 국외자녀에게 증여하는 조세회피 행위에 대해 현행 규정으로 과세하지 못하는 문제를 시정하려는 것"이라며 개정안 추진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국내재산을 국외법인에 출연한 뒤, 해당 법인 주식을 외국국적을 보유한 비거주자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은 사실상 국내재산을 증여하는 효과와 같기 때문에 과세권을 행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번 개정이 현실화 될 경우 거주자의 국외재산까지 증여세 과세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거주자와 관련된 모든 증여행위가 과세대상이 된다.
재정부는 "비거주자에 대한 과세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납세의무자가 비거주자인 경우 증여자 연대납세의무를 부여해 조세채권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