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연말까지 '지급보증수수료 산출기준' 마련
정부가 해외자회사 등에 지급보증을 서주고 상당한 수수료를 받는 대기업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 산출기준을 마련한다.
최근 국세청에서 대기업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해 수 천억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과세하자, 기업들이 조세심판원에 불복청구를 제기하는 등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를 둘러싼 과세당국과 재계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2012년 세법개정안'을 확정·발표하고, 올해 연말까지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 산출기준을 마련해 시행령에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 국세청·대기업 신경전, "해외지급보증 수수료가 뭐길래?" =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란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자회사가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본사에서 보증을 제공하고, 자회사로부터 받는 대가를 말한다.
신설된 해외자회사 등 대기업의 해외 특수관계회사들은 현지에서 상당한 자금을 단독으로 조달하기에는 신용등급이 턱없이 부족하므로, 신용도가 높은 국내 대기업에서 지급보증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대기업 등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어나며, 최근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금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자회사 지급보증액 규모는 지난 2006년 128조원에서 2007년 133조원, 2008년 275조원, 2009년 284조원, 2010년 345조원 등으로 5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문제는 해외지급보증 수수료가 일종의 서비스 수익에 포함돼 상당한 금액의 법인세가 과세된다는 사실이다. OECD의 이전가격지침에 따르면 해외 특수관계자간 지급보증은 서비스 거래로 분류되며, 정상가격(Arm's length price)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도 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인 사이의 지급보증 수수료는 일반적인 정상가격 산정원칙에 따라 과세하도록 규정돼 있다.
국세청도 지난 2005년부터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해 본격적인 과세를 시작했고, 2007년 이후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정상수수료 신고를 안내해왔다.
□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과세, "계산방법이 없다?" = 하지만 현행 세법에 따르면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과세의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을 계산할 명확한 방법이 없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의 일반적인 정상가격 산정원칙이 규정돼 있지만 정확한 산출기준은 없는 것.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의 정상가격은 비교가능 제3자 가격법, 재판매가격방법, 원가가산방법, 이익분할방법, 거래순이익률방법, 그 밖에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 등 6가지 방법으로 산출 가능하다.
실제로 국세청도 지난 2005년부터 해외지급보증 수수료를 과세해왔지만, 수수료 정상가격 계산방식은 기업들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비슷한 규모의 지급보증 수수료를 받은 기업들 사이에서도 과세되는 수입액 규모에 차이가 나는 등 과세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 아예 지급보증 수수료 자체를 신고하지 않는 기업들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이후 '해외 관계사 재무정보 정비와 신용등급 및 가산이자율 결정모델' 개발에 착수, 지난해 12월 작업을 완료하고 자체적으로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 결정모형을 공개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종료된 2011년 귀속 법인세 신고시 국세청에서 자체 결정모형을 기준으로 부과제척기간이 3월말로 만료되는 2006년 귀속분 해외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해 상당한 금액의 법인세를 과세, 일부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세청에서 제시한 일률적인 정상가격 산정기준에 따라 법인세를 추가로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 대기업들은 국세청 과세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상태다.
□ 헷갈리는 정상가격 계산법, "어떻게 결정될까?" =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과세를 두고 국세청과 재계의 신경전이 계속되자,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빠른 시일내로 정상가격 계산방법을 세법에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국세청에서 지난 4월 과세 투명성을 의심하는 대기업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해외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 결정모형을 전격 공개했지만, 세법에 명확히 규정할 새로운 정상가격 산정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세청의 정상가격 산출모형은 신용정보회사나 금융기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재무모형 개발방법론에 기초한 신용평가 모형으로서, 모·자회사의 표준화된 신용등급에 대응되는 가산금리 차이를 정상가격으로 산출하는 방법이다.
즉 모회사와 자회사의 직전 2년 동안의 재무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평가점수와 예상부도율 등을 근거로, 신용등급과 가산금리를 계산해 정상가격을 산정하는 방식.
재정부 세제실도 국세청이 이미 발표한 정상가격 산정모형을 참고할 가능성이 크지만, 국세청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세제실 관계자는 "지급보증 수수료 정상가격 산출기준에 대한 명확한 선례가 없어 여러 각도에서 검토 중"이라며 "하지만 국세청 결정모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연말까지 마련해 내년 1월1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