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제도개편…탈세범 '올무' 강화된다

채권, 파생상품 관련 해외금융계좌도 신고 '의무화'

탈세를 근절하기 위한 대규모 제도 개편작업이 진행된다.

특히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이 채권, 파생상품 등 사실상 모든 금융계좌까지 확대된다. 해외로 자산을 빼돌려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세금탈루 행위의 감시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탈세제보 활성화를 위해 포상금 규모 대폭 늘어나고, 고액체납자의 소멸시효를 정지시켜 국가의 징수권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8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의 국세기본법, 국제조세법, 관세법 등 개정안을 발표하고, 올해 정기국회 세법심의 과정 및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제도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해외은닉재산 888조원…"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 늘린다"= 최근 우리나라의 해외은닉재산 규모가 888조원으로 세계 3위 수준이라는 분석보고서가 나왔다. 대표적인 탈세 국가로 낙인찍힌 불명예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재정부는 지난해 도입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가 한층 내실화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 국세청의 과세 정보 수집 루트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란 거주자 및 내국법인이 해외금융회사에 개설·보유한 예금, 적금, 주식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관련 계좌정보를 과세당국에 사전에 신고토록 의무화한 제도다.
 
신고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과소 신고한 경우 세금 이외에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미신고 금액규모에 따라 과태료 수위가 달라진다.

현재 20억 이하인 경우 해당 금액의 4%, 20억~50억원 8000만원+20억원 초과금액의 7%, 50억원 초과시 2억9000만원+50억 초과분의 10%의 과태료를 물도록 설계되어 있다.

재정부는 그동안 예·적금 등 일반 은행계좌나 주식 등 증권거래 관련 계좌 등에 한정된 신고의무 대상을 채권, 파생상품, 집합투자증권 거래 관련 개설계좌 등 사실상 모든 금융자산과 관련된 계좌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세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다만 그동안 단 하루라도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신고의무가 부여됐으나, 신고 범위가 대폭 확대된 점을 고려해 계좌별로 분기 말 잔액을 합산한 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한 경우에 한해 신고를 의무화한다.

예컨대 甲씨가 A은행 해외금융계좌에 30억원을 예치했다가, 전액 인출시켜 B증권사 증권계좌에 평가액 40억원짜리 채권으로 보유형태를 바꾼 경우, 현행법대로라면 A은행 예금액이 신고대상이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B사 증권계좌 채권보유 금액을 신고해야 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금융계좌 신고실적은 개인 9757억원, 법인 10조5063억원 등 총 11조4820억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안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전체 신고금액이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탈세포상금 확대, 고액체납자 징수권 강화= 탈세를 제보하거나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신고할 경우 받게 되는 포상금 한도가 당초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상향조정 된다. 정보제공 활성화로 국세청 세무조사활동을 측면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국세를 5억원 이상 체납한 '고액체납자'에 대한 징수권도 한층 강화된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고액체납자의 경우 징수권 소멸시효가 완료되기 전에 독촉장을 재발급할 경우 소멸시효 자체가 중단되도록 만들어, 고의적인 재산은닉을 통한 세금탈루 행위를 방지할 계획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최고 독촉이 아닌 1회 재독촉의 경우 6개월 이내 재산압류 등 후속조치가 없을 경우 소멸시효가 중단되지 않아, 추후에 과세당국에서 압류가 가능한 재산을 발견하더라도 제대로 추징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과세당국의 징수권이 강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차명계좌 증여세 과세강화…"빈틈 줄인다" = 대표적인 편법 대물림 루트로 악용됐던 차명계좌에 대한 증여세 과세도 예년보다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는 차명계좌를 개설해 현금을 입금해도 계좌명의자가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해 사용하지 않는 한, 계좌명의자가 차명재산임을 주장하는 경우 송금사실만 가지고 증여세 과세가 불가능했다.

이에 정부는 현행 상속증여세법상 차명계좌 증여추정 규정을 보완해 그동안 자력으로 재산을 취득했거나 상환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증여로 판단한 것에 더해, 금융계좌에 자산이 입금된 시점에 계좌의 명의자가 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차명계좌의 증여세 부과제척기간도 50억원을 초과하는 제3자 명의의 증여자 재산 외에도 수증자 명의의 차명계좌 또한 증여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과세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재정부는 "차명계좌를 이용한 변칙 증여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변칙적인 증여세 포탈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개정안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