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연금수령 방식 세제특례 확대…"일시금보다 유리하게"
연봉 5000만원 초과 퇴직근로자 세부담 늘어날 듯
정부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연금소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추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외에 민간연금 상품 등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한다.
특히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는 것보다는 연금수령 방식으로 나누어 받을 때 세금감면 혜택을 더 주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연금·퇴직소득세제 개편안을 발표하고, 올해 정기국회 세법심의 과정을 거쳐 제도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 연금소득 분리과세 한도, 2배 이상 '확대' = 민간 연금소득상품에 대한 세제지원이 한층 강화된다. 정부 개정안에 따르면 연금소득 분리과세 적용한도를 기존 연간 6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2배 확대했다.
주목할 부분은 사적연금 분야만을 대상으로 분리과세 한도가 늘어났다는 점.
그동안 국민연금, 공무원·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연금저축·퇴직연금상품 등 사적연금을 모두 합친 분리과세 한도가 600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파격적인 수준으로 세제혜택 대상이 확대된 셈이다.
분리과세시 세율자체도 낮아진다. 개정안은 기존 5%인 연금소득 원천징수세율을 수령연령 및 방식에 따라 차별화 했다. 특히 수급자가 고령일수록 부담하는 세금이 낮아지도록 역누진적으로 설계했다.
구체적으로 55세 이후 일반연금상품을 수령할 경우 지금과 같이 5%의 분리과세 세율이 적용되지만, 70세 이후 수령하거나 종신형 상품을 수령할 경우에는 4%, 80세 이후 수령하거나 퇴직금을 연금으로 나누어 받는 경우에는 3%의 세율을 적용시켜 세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연금저축 납입요건은 기존 10년에서 5년 이상으로 대폭 완화되며, 납입한도도 연간 12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확대된다. 다만 연금저축 소득공제 한도는 400만원으로 이전과 동일하다.
한편 연금저축 수급요건은 예전보다 강화된다. 정부는 연금을 되도록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받는 방식을 유도하기 위해 연금저축 수령기간 요건을 기존 5년 이상에서 15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연금의 납입문턱은 낮추되, 인출문턱은 높이는 것이 기본적인 정책방향"이라며 "납입기간을 단축하는 반면, 납입한도를 높여 단기간이라도 동일한 연금재원이 마련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연봉 5000만원 초과 근로자, 세부담 늘어날 듯 = 퇴직금은 일시불로 받는 것보다 연금형태로 나누어 받을 때 세금부담을 더 줄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개정안은 퇴직소득공제율을 조정,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120만원까지 공제됐던 장기근속공제를 없애는 대신 퇴직소득에 대한 정률공제 비율을 기존 40%에서 50%로 높이는 등 퇴직소득 산출세액 계산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이는 전체 근무기간이 동일하더라도 같은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에게 세제혜택이 집중되는 문제점을 고려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퇴직금을 인출할 경우, 회사 불입분은 퇴직소득으로 과세하되, 자기불입금·운용수익 등 나머지 부분은 기타소득(20%)으로 과세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을 때 내야하는 소득세 부담금액은 연금소득(3%) 수령방식보다 3∼7% 더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연봉 5000만원 이하인 퇴직자들의 퇴직소득은 3% 수준의 실효세율이 유지된다.
재정부 백운찬 세제실장은 "연봉 50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가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을 경우, 세금 부담이 예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