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정부가 국가재정 건전화를 목표로 대기업 및 고소득자들의 세부담을 늘리는 '부자증세' 방안을 마련했다.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현행보다 1%p 인상하고, 고가 명품가방에 20%에 달하는 개별소비세를 과세하는 등 세수 확보에 나선다.
세수 누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비과세·감면을 대폭 정비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현행 20%에서 15%로 축소한다.
기획재정부는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의 재정건전성 제고 방안을 담은 '2012년 세법개정안'을 확정·발표했다.
□ 대기업 최저한세율 1%p↑, "많이 벌면 더 내야지" = 우선 대기업의 세부담을 늘리고, R&D 공제 등 과도한 조세감면 혜택을 방지하기 위해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인상하기로 했다.
'최저한세'란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더라도 최소한 납부해야할 세금으로서, 현행 세법에 따르면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대기업들은 최소한 14%의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과세표준 1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경우 현행보다 1%p 인상된 15%의 최저한세율을 적용 받아 법인세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과세표준 1000억원 이하의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7∼11%의 최저한세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국세청 국세통계연보를 기준으로 내년부터 15%의 최저한세율을 적용 받게되는 기업은 21개 정도며, 약 1000억원 이상의 법인세 세수입이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고가사치재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출고 또는 수입가격이 200만원을 초과하는 명품가방에 20%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한다.
다만 과세대상은 판매가격이 아닌 출고·수입가격이 200만원을 초과하는 가방으로서, 일반 매장 판매가격으로 300∼400만원에 판매되는 고가가방이다. 개소세 20%도 전체 가격이 아닌 200만원 초과금액에 대해서만 과세된다.
□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15%'로 축소 = 한편 비과세·감면 정비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5%p 가량 대폭 축소한다.
무분별한 과소비를 막아 가계부채 악화를 방지하고, 직불·체크카드 사용을 늘리기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20%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반면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은 현행 20%에서 직불·체크카드와 같은 30%로 인상한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올해로 세제혜택이 종료될 예정이었던 신용카드 매출사업자 부가세 세액공제 우대제도는 오는 2014년까지 연장한다.
다만 우대 공제율과 공제한도가 소폭 축소된다. 우대 공제율의 경우 음식·숙박업 간이과세자는 2.6%에서 2%로, 기타 개인사업자는 1.3%에서 1%로 각각 공제율이 인하된다. 700만원에 달했던 공제한도는 내년부터 500만원으로 줄어든다.
□ '장마저축' 소득공제 폐지, '물가연동국채' 이자과세 = 올해 연말로 일몰이 도래하는 총 103개 비과세·감면 혜택 중 24개를 폐지하는 등 비과세·감면 제도도 대폭 손질한다.
우선 비과세 재형저축과 장기펀드 소득공제 등 서민 재산형성을 위한 각종 세제지원 방안을 신설한 점을 감안,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 및 비과세 혜택을 올해로 종료한다.
그동안 비과세 했던 물가연동국체 원금증가분 이자소득도 실제 이자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과세대상에 포함시킨다. 다만 국채시장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을 감안해 시행시기를 오는 2015년으로 2년간 유예한다.
현재 10년 이상 계약만 유지하면 중도 인출시에도 비과세 혜택을 받는 장기저축성보험 보험차익도 소득세 과세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다만 연 200만원 이하의 소액이나 사망·해외이주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중도인출한 경우에는 비과세 혜택을 적용한다. 55세 이상 가입자가 보험차익 등을 종신형 연금방식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이자소득(세율 14%)이 아닌 연금소득(세율 5%)으로 과세한다.
□ 해외금융계좌신고제 강화, 탈세제보 포상금 5억원↑ = 역외탈세 등 국부유추를 예방하기 위해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를 더욱 강화한다. 특히 신고대상을 예금·주식계좌에서 채권·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계좌로 확대한다.
탈세제보를 활성화하고 세원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탈세제보 포상금 지급한도를 현행 1억원에서 5억원으로 인상한다.
현재 주식보유한도 완화 등 일반공익법인과 비교해 상당한 혜택을 받고 있는 성실공익법인에 대한 사후관리도 강화한다. 신고제로 운영되던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기획재정부에서 상실공익법인을 지정하고 성실여부를 5년마다 평가해 재지정하는 지정제로 바꾸기로 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은 다중감면 문제 등 그동안 소득과세의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돼왔다"며 "과세제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공평과세를 정립하기 위한 미세조정으로서 감세기조의 전면적인 수정이나 부자증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