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원, “가산세 부과는 맞지만, 부가세는 되돌려 줘라”
비용입증이 쉽지 않은 회사의 비용을 늘려주기 위해 가짜세금계산서를 끊어준 사실이 세무조사 끝에 발각돼 검찰고발의 전제가 되는 통고처분까지 받았다면, 가짜세금계산서를 끊어주며 냈던 부가가치세는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국세청은 실물거래 없이 가공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신고·납부한 부가가치세는 범칙행위와 관련된 세액이라는 이유로 되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세심판원이 "가산세만 부과하고, 매출세액은 환급하라"며 이를 뒤집은 일이 벌어졌다.
조세심판원은 17일 "서울에서 도매/무역업을 하는 A사가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 등으로 통고처분을 받아 관련된 벌과금을 납부했는데, 국세청이 잘못 낸 부가가치세를 되돌려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심판청구를 제기, 심리결과 A사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심판원에 따르면 A사는 유某씨가 대표자로 돼 있는 개인사업체로 지난 2010년 하반기 B사에게 용역의 실제공급 없이 매출세금계산서 3매를 끊어준 뒤, 이듬해 1월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때 관련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했다.
B사는 일본에서 제조기계를 수입해서 판매·수출하는 업체로 업종의 특성상 해외바이어 등에 대한 접대비나 수수료를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 비용처리를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어떻게든 세금을 줄여보기 위해 A사로부터 가짜세금계산서를 사들인 것.
조세전문가들에 따르면 매출액의 10%에 이르는 부가가치세 보다 조금 더 많이 돈을 받고 가짜세금계산서를 끊어주면 관련 부가세를 내고도 웃돈을 받은 만큼 공돈이 생긴다.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종이 한 장 값치고는 꽤 많은 이익이 생기니 유혹이 따른다.
또 가짜세금계산서를 사들인 회사의 입장에선 가짜세금계산서에 찍힌 공급가액의 20% 가까운 돈을 내고 가짜세금계산서라는 종이 한 장을 사더라도, 상대의 매출이 곧 자신의 매입비용이 돼 법인세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매입세액공제 혜택도 덤으로 받는다.
결국 가짜세금계산서 거래는 국세청에 발각되지만 않는다면 국고만 축이 날 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되기 때문에 언제라도 거래유혹이 따를 수 있다는 것. 다행인지 불행인지 A사는 국세청 감시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듬해 A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한달 넘게 벌인 국세청은 A사가 가짜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사실을 들춰내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 등'으로 검찰고발의 전제가 되는 통고처분을 했던 것.
통고처분을 따르지 않으면 검찰고발로 이어지기 때문에 A사는 처분에 따라 벌과금을 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사실이 드러난 마당에 가짜세금계산서로 부가가치세를 낸 것은 괜한 세금을 낸 것인 만큼 되돌려 받길 원했지만, 국세청으로부터 거절당했다.
A사가 교부한 가공세금계산서가 용역을 공급하지 않고 수수된 것이기 때문에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이 감액경정을 했지만, 세액이 범칙행위와 관련된 세액인 만큼 환급해줄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 입장.
심판원은 이에 대해 "납세의무자가 국세·가산금 등으로 납부한 금액 중 과오납부한 금액이 있거나 세법에 의해 환급하여야 할 환급세액이 있는 때는 즉시 그 오납액·초과납부액 또는 환급세액을 국세환급금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 세법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심판원은 "국세청 거부는 오납액·초과납부액 또는 환급세액을 국세환급금으로 결정해 환급하도록 한 세법규정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실물거래 없이 가공으로 교부한 세금계산서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환급하고, 가산세만 부과하라"고 결정했다.
참조 심판례 : 조심2012서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