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설문조사, "나는 저소득층이다" 응답 절반 넘어
양극화·가계부채로 "향후 계층상승 어렵다" 98.1%
최근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상황은 지난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절보다도 더 좋지 못하다는 우울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응답자 절반 이상(50.1%)이 본인은 저소득층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앞으로 노력해도 삶의 질이 나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응답이 98.1%로 압도적이었다.
양극화 현상 심화, 좋은 일자리 부족,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19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본 설문조사(신뢰도 95% ±3.08%)를 바탕으로 '중산층의 자신감이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가구당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중산층 가구 비중과 국민들의 피부로 느끼는 중산층이라는 인식은 상당한 '괴리감'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가구에서 소득을 기준으로 한 중산층 가구 비율은 64%였으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작 본인이 중산층이라고 느끼는 주관적 중산층은 46.4%에 불과했다.
또한 본인이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50.1%를 차지했고, 최근 5년 동안 "계층이 하락했다"고 느끼는 응답자 비율도 19.1%에 달했다.
계층이 하락한 원인에 대해서는 응답자 연령대별로 다소 상이한 결과가 나왔다.
20대는 불안정한 일자리(33.3%)와 실직(7.4%) 등 일자리 관련 문제를 손꼽았고, 30대는 대출이자 등 부채 중가에 응답이 22.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40대는 과도한 자녀교육비 지출(24.4%), 50대 이상은 소득 감소(37.4%), 불안정한 일자리(16.5%), 실직(7.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20대는 청년실업 문제, 30대는 주택구입 문제, 40대는 교육비부담, 50대 이상은 은퇴와 노후준비로 인한 불안감이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응답자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삶의 희망'에 대해 비관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결과 우리나라에서 향후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올라가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98.1%까지 나왔다.
그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양극화의 진행(36.3%)', '계속되는 체감경기 부진(21.5%)', '좋은 일자리 부족(12.1%)', '과도한 부채(11.4%)', '불공정한 기회(9.0%)', '노후준비 부족(6.4%)', '좋은교육 부재(3.1%)' 등을 원인으로 선택했다.
보고서는 중산층 소득기준 설문결과 월평균 494만6000원(4인 가족 기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98년 조사결과(248만5900원)과 비교해 약 2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2012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3000달러로, 1998년 당시 GDP인 7700달러와 비교해 약 3배가량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중산층 소득기준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편 국민들은 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조금이라도 덜 쓰기 위해 소비패턴을 변화시키거나 가계부채 문제로 이사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침체 장기화가 '삶의 질' 부분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모습니다.
연구팀 조사결과 국민들 절반가량(47.9%)이 할인쿠폰과 마일리지 등 알뜰소비를 늘렸고, 60.6%가 외식 횟수를 예전보다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4명 중 1명(25.6%)이 '집 크기를 줄이거나 싼 집으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부분은 특히 98년 외환위기(9.2%)보다도 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밖에도 응답자 30%가 적금이나 보험을 해약했고, 52.5%가 대중교통 이용을 늘렸으며 자식을 키우는 가구의 경우 3집 중 1곳이 과외 또는 학습지를 줄였다고 답변했다.
귀농을 고려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12.2%가 긍정적으로 답변했고, 특히 50대는 20.1%가 귀농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2012년 현재 국민들은 집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귀농까지 고려하는 등 98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생활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국민들의 중산층 의식이 크게 하락했으며, 알뜰소비를 늘리고 외식을 줄이는 등 생활자체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중산층을 늘리고 경제구조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물가안정과 일자리창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중산층 확대정책은 연령별 특성을 감안해 맞춤형으로 준비되어야 한다"며 "20대 청년층과 50대 이상 고령층은 일자리 대책, 집 사느라 부채가 많은 30대를 위해서는 주거 안정과 가계부채 연착륙대책, 사교육비 부담이 무거운 40대를 위해서는 교육비 대책이 중점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