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우리나라를 관통한 28일 농협금융지주 신동규 회장은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경영방향 등에 대해 밝혔다.
일부 정치권 반대로 현물출자 문제 표류
시장 상황 악화…1조 순이익 경영목표 불확실
카드분사·M&A 등 경영혁신 여력도 제한적
농협금융지주가 신동규 회장체제로 바뀐 이후에도 불안한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신경분리 체제로 전환된 이후 5대 금융지주로 도약할 것이라는 공언은 잦아들고 있고, 오히려 1조원에 달하는 현물출자지원이 정치권에 의해 제동이 걸리며 도대체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태풍 속으로 진입한 분위기다.
초강력 태풍 볼라벤이 우리나라를 관통한 28일 농협금융지주 신동규 회장은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향후 경영방향 등에 대해 밝혔다.
신 회장은 "취임 두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보냈다"고 소개했다.
이는 7월말로 예정돼 있던 금융노조 총파업이 농협 노사간 합의 등을 통해 극적으로 무산된 것을 말한 것이다.
신 회장은 "농협금융이 다른 금융회사와 소유·지배구조와 지향점이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농협금융이 외국계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창출하는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금과 명칭사용료의 형태로 환원해 상대적 약자인 농업인을 위한 재원을 공급하는 '협동조합 수익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금년도 경영목표인 1조원 순익 달성 ▲사업구조개편 후속작업 조기 마무리 ▲농협금융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경영혁신 등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공언에도 불구하고 그 내놓을 만한 뾰족한 해답은 없다는 점이 향후 농협금융의 진로를 종잡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우선 사업구조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정부의 현물출자 계획은 국회에 표류돼 있는 상황.
앞서 정부는 산은지주와 도로공사에서 각각 5000억원 씩 총 1조원의 현물출자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대외채무지급보증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국회를 상대로 협의해 왔지만 정치권에서 산은의 IPO(기업공개)를 반대하는 분위기라 힘들다"며 "결국 정부와 국회가 결심할 문제 아니냐"며 어정쩡한 답변을 내놨다.
이어 신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 달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금년 경영여건이 좋지 못하지만 경영목표는 경영의지의 표현인데 이를 수정할 수 없지 않냐"며 "최대한 노력해 보자는 것"이라며 뒷말을 흐렸다.
그는 농협과 다른 금융지주사의 경영여건 자체가 틀리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농협이 1조원 순이익을 거두는 것은 다른 금융지주사에서 1조7000억원 흑자를 내는 것과 같다"며 "농협은 금융당국의 감독규정을 지키기 위해 3000억원을 추가충당금으로 적립했고 농협중앙회에 브랜드사용료로 4500억원 정도 내야 한다"며 이해를 구했다.
현재 농협은 순이익이 대폭 줄어들자 7월부터 비상경영대책기구를 설치해 수지보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경영진 급여 10% 반납, 경상경비 20% 감축 등 강도 높은 비용절감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금융의 상반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신 회장은 "이달말 실적 발표를 앞두고 구체적으로 말을 할 수 없지만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협금융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경영혁신도 시장 상황이 녹록치 못하다.
농협금융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농협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문제다.
농협의 카드분사, 농협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취급,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을 위한 M&A 등이 시장 상황에 의해 꽉 막혀 있기 때문.
신 회장은 카드분사와 관련 "경기가 이럴 때는 카드가 분사되면 수지상 문제가 있다"며 "분사를 해야 된다는 정답이 없고 시장상황, 중장기전망, 내부여건 모두 봐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분사를 검토할 시기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또 그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취급에 대해서는 "농협이 신경분리를 하며 자동차보험 진출에 5년간 제한이 걸려 있다"며 "현재로서 독자적으로 가기 힘들며, 법률적 제한을 뚫고 진출한다고 해도 지방 농축협 네트워크가 아직 구축돼 있지 않아 힘들다"고 밝혔다.
더불어 신 회장은 M&A에 대해서도 "내부 내실을 다지는 것이 급하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로서 가장 급선무는 정부출자 문제인데 섣불리 M&A 시장에 뛰어 드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신 회장은 "10월에 생보, 손보, 캐피탈에 대해 증자를 하려고 하며 이후 은행과 증권부문도 증자요인을 찾아 볼 것"이라며 "명실상부한 메이저 금융지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비은행 부분에 투자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며 이를 통해 역량을 키워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