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장성 꿈꾸던 사관생도…'국세청의 별' 되다

국세행정의 미래는 '봉사'…"복지세정 실천"

국세청의 국세통합시스템 'TIS'에는 우리나라 납세자들의 각종 세금정보가 탑재돼있다.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국세행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편리하고 스마트한 프로그램이지만, 자칫 개인정보 유출이라도 된다면 납세자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된다.

하지만 국세청 'TIS'는 국가정보원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 납세자 권익보호와 공직자로서 갖춰야할 봉사정신으로 무장한 세무공무원의 노력으로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달 신임 대전지방국세청장으로 부임한 김경수 청장은 'TIS' 출범 당시 전산실 보안계장을 맡아 최초의 전산보안처리규정을 직접 고안하는 등 국세청 전산보안의 기틀을 마련한 장본인이다.

김 청장은 당시 2년 가까이 보안팀 직원들과 밥먹듯이 밤을 새며 TIS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매진했다. 납세자들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국세공무원의 기본이자 철칙이라는 신념이 TIS 보안시스템을 탄생시켰다.

공직생활만 25년, 반평생을 국세공무원으로 살아온 김 청장은 "공직자의 역할은 국민들을 위한 봉사이며, 공평과세를 실현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이 국세공무원의 실천 과제"라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세정철학으로 '복지세정'을 내세우며 "국세청의 미래 역할은 재정 확충을 넘어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김 청장은 실제로 지방청장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일선 세무서의 신고창구부터 찾아 납세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는 2014년 국세청의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납세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김 청장이 서울지방청을 대신해 수도청으로 발돋움할 대전청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지난 22일 오후 대전시 법동 대전지방국세청 집무실에서 김경수 대전지방국세청장을 만나, 그의 머리 속에 그려진 대전청의 청사진을 살짝 들여다 봤다.

[대담 : 황춘섭 대표이사, 정리 : 장은석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 대전지방국세청장으로 부임한지 50여일이 지났다. 신임 청장으로서 바쁜 일정을 보냈을 것 같은데.

☞ 지난 7월2일 취임한 이후 현장중심의 세무행정을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 부가가치세 신고 창구를 방문해 일선 직원들도 격려하고, 관내 세무서장 회의를 개최하는 등 지역현황과 업무를 파악하느라 다소 바빴다.

직원들도 현장을 중요시하는 청장의 뜻을 잘 이해하고 일선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유관기관 등에서도 국세행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협조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납세자들의 현장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 국세행정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세정지원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

□ 올해 하반기부터 중앙행정기관들의 세종시 입주가 시작된다. 국세청도 오는 2014년 이전을 앞두고 있어 대전국세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텐데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지난 7월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했고, 조만간 국무총리실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등 지역 세정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대전청은 2014년으로 예정된 국세청의 세종시 이전에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특히 본청이 내려오면 대전청은 본부와 직접 교류하는 명실공히 국세청의 '수도청'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에 걸맞게 대전청 직원들의 자질과 업무능력을 높이는 게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취임 직후 본청 이전과 관련된 특별전담 T/F팀을 신설했다. 본청과 즉시 교류가 가능한 우수인력 확충을 목표로 직원 자질향상 및 역량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세무행정 측면에서는 세종시 출범과 함께 수도권 기업들의 전입 증가로 납세자 수, 세수규모 등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세무서 증설 및 인력 확충이 될 수 있도록 본청 및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 최근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등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되는데, 대전·충청지역의 경제상황과 세정여건은 어떤가.

☞ 대전·충정지역도 대외여건 악화와 내수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경제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천안·아산 등에 밀집한 지역경제 주력 업종인 전자, 통신, 전기, 기계장비 등 제조업 부문 생산이 세계경제 불황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얼어붙은 주택 거래로 미분양 아파트가 해소되지 않아 건설업체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으며, 오랜 경기침체 여파로 지역 업체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지역 납세자들의 어려움을 신속히 파악해 효과적인 세정지원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고, 기업들이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들을 위해 대전청에서 실시하는 특별한 세정지원 제도가 있다면.

☞ 대전·충청지역으로 전입하는 기업들이 직접적인 조세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정지원제도 안내에 힘을 쏟고 있다. 수도권에서 천안·아산, 당진·서산, 오송산업단지 등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에게 지방이전 조세감면 등 세제혜택을 개별적으로 컨설팅하고 있다.

대전지역 대표 연구개발특구인 대덕특구 입주 기업들에 대해서는 매년 3월 법인세 신고 때마다 조세감면 내용을 중점적으로 안내해주는 설명회도 개최해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재해를 입거나 자금난으로 고통 받는 사업자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징수유예, 납기연장 등 세제지원을 실시하고 있고, 저소득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근로장려금 지급도 확대해왔다.

□ 최근 국세청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역외탈세 차단과 고액상습체납자 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 역외탈세는 국부 유출은 물론, 중산층과 서민들의 조세부담을 늘려 소득을 더욱 양극화시키는 반사회적 범죄다. 역외탈세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조세 전문인력을 모아 '국제세원정보수집전담반'을 편성, 다양하고 폭넓은 정보수집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외 조세피난처로 소득을 빼돌린 대기업이나 자산가들이 적발될 경우 역외탈세전담조사반을 투입해 끝까지 추적해 징수할 방침이다.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해서는 체납징수 실적 전국 1위를 자랑하는 '숨긴재산무한추적팀'을 가동시켜 철저히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 관허사업 제한, 출국규제, 명단공개 등 고액상습체납자들을 앞으로도 중점 관리할 계획이다.

□ 대전청의 세수와 관할 납세자 수는 급증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직원 수는 적어 업무부담이 늘어나고 있는데.

☞ 실제로 대전청의 세수는 대구청이나 광주청보다 더 많지만, 직원 수는 100여명 가량 적다. 대전 시내 세무서 숫자도 대구청이나 광주청에 비해 적어 직원들의 업무량이 많다.

앞으로 국세청의 수도청으로서 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직원 수를 늘리고, 세무서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본청 및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다.

어려운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보상받는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우수인재를 조기에 발탁할 수 있도록 능력과 성과 중심의 공정하고 투명한 승진인사를 실시하겠다.

□ 공직생활 25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

☞ 국세청 전산실 보안계장을 맡아 국세통합시스템 'TIS'의 기틀을 마련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당시 전산보안처리규정을 직접 만들어 국세공무원들의 전산정보 보안의식을 높였고, 보안감사의 기초를 다졌다.

TIS 출범 초기에 전산보안이 일반 감사나 감찰보다 더 엄격하다는 직원들의 불평도 들었지만, 보안이 허술하면 정보유출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철저한 전산보안을 구축했다.

납세자들의 소중한 정보를 지켜야하는 전산보안 업무를 위해 2년 가까이 직원들과 밤을 새며 노력했다. 현재 모든 국세행정이 전산망을 통해 안전하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

□ 반평생을 국세공무원으로 일하며 갖게 된 자신만의 '세정철학'이 있다면.

☞ 무엇보다 공직자의 역할은 국민들을 위한 봉사라고 생각한다. 공평과세를 실현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도 국세공무원이 실천해야 할 과제다.

특히 최근 우리사회의 복지 수요가 늘어나며 국세청의 역할도 기존의 재정확충 기능을 넘어 복지세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금이 사회보험의 성격까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납세자들에 대한 봉사는 기본이며 사업자들이 맘 편히 사업할 수 있는 세정환경을 만들고, 저소득층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지역 납세자들과 세무공무원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 그동안 국세행정에 협조해주신 대전·충청지역 납세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대전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지역 납세자들께서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주신 덕분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사업하는 분들에게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자금사정이 어려운 납세자에게는 납기연장을 실시하는 등 최대한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

대전청 직원들도 수도청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자질 향상에 힘써주길 바란다.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철저히 준비해 주길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