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10억원 미만 거래도 혐의 있으면 확인 가능"
국세청 "단기적으로 신고기준 낮출 계획 없다"
올해 세법개정안의 미비점으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 당국자들이 적극 '진화'에 나섰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 대상을 기존 현금 및 주식거래계좌에서 채권,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계좌로 확대됐다.
다만 기존에 1년 중 단 하루라도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신고의무가 부여된 부분을 분기별로 기준금액으로 바꿨다. 신고기준이 다소 완화된 셈이다.
이 부분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10억원 미만 금액도 혐의사실 있으면 추적 가능"
일각에서 제기된 문제점은 제도가 개정될 경우 고액 자산가들이 세무전문가들의 조력을 통해 분기별 신고금액 기준을 일시적으로 낮춰 신고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해외금융기관에 12억원을 보유한 A씨의 경우, 신고기간 이전에 2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인출시키면 계좌 잔액이 10억원 미만이 되기 때문에 신고의무가 사라진다는 것.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굳이 10억원 이상이 아니더라도 탈세 혐의가 의심되는 해외계좌는 조세조약이나 정보교환 협정을 맺은 당사국들 사이에서는 추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적으로 조세조약을 맺은 국가는 78개국에 이른다. 조세조약에는 기본적으로 정보교환협정이 포함되어 있어 조약 당사국 사이에 금융거래 정보가 공유된다.
뿐만 아니라 페이퍼컴퍼니 회사들이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진 쿡 제도, 마샬 제도 등 2개 조세피난처와는 정보교환협정이 이미 맺어져 있고,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13개 조세피난처와도 정보교환 협정을 가서명하고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또 "계좌 일부를 현금화시키더라도 국내로 반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1만 달러(약 1140만원) 이상 금융거래는 FIU(금융정보분석원)의 전산망에 포착되기 때문에 자금흐름 자체가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재정부에 정보교환 협정국을 넓혀달라고 요청을 했다는데 전혀 사실 무근의 이야기고, (국세청과) 이 문제로 협의한 사실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 국세청 "해외금융계좌 신고기준, 당분간 낮출 계획 없어"
직접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접수받고 관리하는 국세청도 이번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먼저 신고금액 기준을 대폭 하향조정(10억원→5억원)하고, 법 위반자에게 과태료 이외 징역형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국세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만한 문제지만, 현재로써는 당장 낮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고 된 개인들의 해외금융계좌 평균 신고금액은 70억원에 이른다.
이에 비춰 볼 때, 신고의무를 피하기 위해 60억원 이상의 현금을 계좌에서 일시적으로 빼거나 다른 계좌로 옮겨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현실적인 여건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분기별 신고이기 때문에 1년에 4회 이상을 이런 과정을 반복할 경우,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한 두 번은 넘어가더라도 결국 FIU 등을 통해 자금세탁 및 탈루혐의가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언론의 지적들이)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제 그것이 구체화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사실상 이 문제에 대해 정부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해당 개정안이 해외금융계좌 신고제의 존치기반을 흔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론적으로 가능할지는 몰라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본인명의 계좌를 차명계좌나 법인계좌로 옮겨서 일시적으로 신고를 회피할 순 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국들은 금융계좌를 쉽게 개설해주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어려운 얘기"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본래 탈루목적을 가진 사람은 신고기준 여부와 관계없이 신고자체를 회피하려고 할 것"이라며 "일별 신고기준을 분기별로 바꿨다고 해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