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슬로우는 욕구중 가장 기본단계가 식욕, 성욕 등 생리적 욕구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먹고 사는 문제에 너무 급급한 나머지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지체부자유자 등 섹스 파트너를 만나기 어려운 소위 ‘성소외자’를 위해 정부가 예산을 들여 공무원 신분인 위안부를 고용할 정도여서 놀라울 따름이다. 한 달에 두 번 등 규칙적으로 성소외자들을 방문하여 그들의 욕구를 달래주고 있다. 물론 남녀 간에 생리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방문횟수 등 ‘노동’조건은 다르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도 이제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9월 25일 유방암 환자들이 유방절제 후 받는 유방 재건수술 비용도 실손의료보험에서 100%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동안 보험회사들은 유방 절제 후 재건은 신체의 필수기능을 개선할 목적이 아니므로 치료보다는 성형에 가깝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회피(지급거절 또는 일부만 지급)하여 왔다.
그러나 위원회는 유방 절제 후 예상되는 우울증이나 유방 비대칭의 인체 불균형으로 인한 여타 합병증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면, 원래 모습으로의 유방 재건은 치료를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는 환자 부담금 전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하여 시대 변화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일반 생명보험에서 통상 장해를 입으면 그 정도에 따라 사망보험금의 3~100%를 장해보험금으로 지급한다. 예를 들어 양쪽 두 눈을 영구히 잃었을 때는 100%를 지급한다. 반면 한 발의 엄지발가락 이외의 발가락뼈 일부를 잃었을 때 또는 뚜렷한 장해가 있을 때에는 경미한 사안으로 보아 3%만 지급한다.
만약 양쪽 고환 또는 양쪽 난소를 모두 잃어 생식기능이 없어지는 장해를 당하면 50%를 지급한다. 반면 음경의 절반 이상이 결손 되었거나 질구 협착 등으로 성생활이 불가할 때에는 20%를 지급하는데 그친다. 매슬로우가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꼽은 성욕을 채울 수 없는 장해가 생긴데 비하면 그 지급비율이 크게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 팔의 손목 이상을 잃었을 때 지급하는 60% 등과 비교할 때 너무 적은 금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발기불능 등 성교불능은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해당되어 이혼사유까지 된다. 그런 마당에 사망보험금의 20%만 지급하는 것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요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터무니 없이 낮은 지급비율인 것 같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유방재건술을 여성의 성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수술이지 ‘미모를 위한’ 성형수술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판단했는데 남성의 상징물에는 어떤 기준이 적용될까? 다행히 일시적으로 발기불능이 되어 음경보형 수술을 받을 경우에도 이를 ‘수술’로 보아 전액 보상하여 준다.
유독 인간만 생식목적 이외에도 남녀간의 사랑을 허락하여 준 조물주의 배려를 감안한다면 이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소외계층에게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한 배려를 했으면 좋겠다.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