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우증권 등 20개 증권사 과징금 192억원 부과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6개사 '검찰고발'
국내 대다수 증권회사들이 2004년부터 약 7년 동안 아파트 등기, 자동차 등록, 사업면허 과정에서 발생된 소액채권 수익률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은 은행에 채권을 팔 때 적용하는 수익률을 한국거래소에 신고하기에 앞서 미리 실무진들 사이에서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사전에 수치를 합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증권사 담합 적발에 따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1·2종 국민주택채권, 서울·지방 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등 소액채권 은행 매도가격을 정하기 위해 한국거래소 등에 제출하는 채권 수익률을 사전에 담합한 20개 매수전담 증권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92억3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교보증권, 대신증권, 대우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미래에셋증권, 부국증권, 삼성증권, 신영증권, 신한금융투자, 아이엠투자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유화증권,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등 20개 증권사가 이번 담합사건에 연루됐다.
특히 공정위는 대우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담합가담 혐의가 무거운 6개 증권사에 대해선 검찰고발 조치를 결정했다.
현재 소액채권은 한국거래소에서 운용중인 소액채권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데, 보통 채권 의무매입자는 우리은행 등 9개 시중은행(매출대행 은행)을 통해 채권매입물량을 즉시 매도한다.
이 때 채권수익률은 22개 매수전담 증권사가 전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신고수익률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실제로 거래소는 증권사들이 제출한 신고수익률 가운데 상위 20%, 하위 10% 수익률을 제외한 나머지 70% 신고수익률을 산술평균해서 채권수익률을 결정한다.
채권거래 흐름상 증권사 스스로 매수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여서 담합유인이 상당히 높다는 지적이다.
실질적인 담합은 정부가 지난 2004년 채권 실물발행제를 등록발행제로 전환하면서 당시 5개 매도대행 증권사에 국고채와 1종 국민주택채권 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를 종전 40bp(0.4%)에서 10bp(0.1%) 내외로 줄일 것을 권고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20~40bp 수준으로 수익률을 확보하고, 매수전담사 지정평가 탈락을 방지를 위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수익률을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매도대행증권사나 매수전담증권사 실무진들은 매 영업일 오후 3시30분을 전후로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에서 거래소에 제출할 수익률을 합의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업체들은 담합초기 1종 국민주택채권만 수익률을 담합해 오다가 2006년 2월부터는 서울도시채권, 지방도시채권, 지역개발채권 등 3개 지방 채권에 대해서도 수익률을 조작했다.
또한 업체들은 중간에 담합이탈을 막기 위해 거래소 수익률 입력화면을 출력해서 팩스로 서로 확인하기도 했으며, 일반 채권투자자의 시장진입을 막기 위해 신고수익률을 고의로 낮게 결정해 채권 매수가격을 높이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번 증권사 제재조치로 업계 담합이 깨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이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공정위 신동권 카르텔조사국장은 "대다수 국민들이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자동차를 등록할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채권가격 담합행위를 적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채권 의무매입에 따른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정위 조치와 관련해 업계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국토부의 행정지도와 거래소의 금리결정 프로세스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이미 2010년 12월부터 정보교환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후 공정위 의결서가 도착하면 대응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