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40여일 앞둔 현재, 각 진영의 후보들은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상식과 배치되는 행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이 표적으로 삼아 강도 높은 개선책 마련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을 만큼 대기업이 자기 계열사를 챙기는 부적절한 관행은 어제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원형태도 가지각색으로, 대표적으로 알려진 일감몰아주기 뿐만 아니라 자기 회사에 입점한 계열사에 정상가격보다 낮은 판매 수수료를 책정, 부당하게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당 지원행위는 그룹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조사하기 무척 어렵지만 최근 철저한 조사계획과 현장조사를 통해 적발하는 개가를 올린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 제조업감시과 조사요원인 강영규 사무관, 이영진 조사관, 송혜민 조사관(사진 왼쪽부터)은 지난해 10월 신세계 기업집단이 소속 계열사를 판매수수료 인하를 통해 부당하게 지원한 정황을 포착, 조사를 시작했다.
판매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행위는 임의조사 특성상 관련자료 확보가 쉽지 않아 협의점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현장 조사도 조사 착수시점부터 올해 3월까지 지원주체인 신세계, 이마트, 에브리데이리테일 뿐만 아니라 지원을 받은 신세계SVN 및 조선호텔 등에 수 차례에 걸쳐 나갔다.
결국 면밀한 조사를 통해 그룹 고위층이 개입된 정황을 확보했고 수수료율 결정방식, 경쟁업체의 수수료율, 거래관행 등에 대한 차료를 철저히 분석하고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부당 지원행위를 입증해 냈다.
특히 부당한 지원행위를 입증하는데 정상가격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정상가격이란 이번에 적발한 사례와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 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사이에 거래가 이뤄졌을 경우 형성되는 거래 가격을 말하는데, 이에 대한 법적인 검토가 어려웠다.
결국 이들의 노력으로 빵집과 피자집에서 이뤄진 부당 내부거래를 처음으로 적발하는 성과를 만들어 냈고, 공정위는 지난달 신세계 등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억61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신세계 그룹의 부당 지원행위를 밝혀낸 제조업감시과 강영규 사무관과 이영진·송혜민 조사관 등 3명을 '10월의 공정인'으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사례를 통해 앞으로 소속 그룹이 입점특혜, 낮은 판매 수수료율 등의 방법으로 지원해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키는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영규 사무관은 "작년 10월부터 조사를 시작했는데, 임의조사 방식이다 보니 원하는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웠다"며 "철저한 조사 끝에 혐의점을 찾았지만, 위법성을 찾아내는 법리적인 검토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최근 대선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와 맞물려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 유사 사례가 계속 나타날 것"이라며 "예전에는 단순한 자금지원 등이 있었지만 현재는 단가나 거래조건 등을 통한 보이지 않는 지원이 늘어날 것이다"고 전했다.
강 사무관은 "앞으로 법리적 검토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판례 등을 통해 정상가격 산출에 시간이 많이 걸렸듯이 위법성을 찾아내기 위해 사전 공부를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