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이후 지속적인 감세정책을 펼쳐왔던 MB정부의 평균 조세부담률 오히려 지난 참여정부 시절보다 0.3%p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을 비롯해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각종 사회보장기여금까지 더한 국민부담률도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1%p나 올랐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가정책연구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9일 '경제사회 지표 변화로 본 대한민국' 단행본 보고서를 발간, 조세부담률 등 350여개 경제사회 통계지표를 분석해 지난 5년간 정부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대책을 제시했다.
우선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참여정부 집권 당시보다 감세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현 MB정부의 평균 조세부담률이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조세부담률은 2008년 20.7%, 2009년 19.7%, 2010∼2011년 19.3% 등으로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21%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MB정부 기간(2008∼2011년) 평균 조세부담률은 19.8%로 노무현 정부(2003∼2007년)의 평균 조세부담률 19.5%보다 0.3%p 높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 과세 등을 비롯해 김대중 정부 시절에 비해 각종 증세정책을 펼치며 조세부담률이 2003년 19.3%에서 2007년 21%로 상승했지만, 집권 이듬해인 2004년 18.4%, 2005년 18.9% 등으로 하락세를 거듭하다 집권 말기에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조세부담률에 각종 사회보장기여금 부담을 더한 국민부담률도 MB 정부는 평균 25.6%로 집계돼, 참여정부 시절 평균 국민부담률인 24.6%에 비해 1%p나 높아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은 상승한 반면, 경제성장률은 지난 정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MB정부의 경제성장률 성적표는 2008년 2.3%, 2009년 0.3%, 2010년 6.3%, 2011년 3.6% 등으로 연평균 3.1%에 그쳤다. 집권 마지막 해인 올해에는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것이 기정사실화 되는 가운데 MB정부 평균 경제성장률은 더 하락할 전망이다.
지난 정부들의 집권기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김영삼 정부(1993∼1997년) 7.4%, 김대중 정부(1998∼2002년) 4.8%, 노무현 정부(2003∼2007년) 4.3% 등으로 MB정부보다 높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MB정부가 기록한 낮은 경제성장률에 대해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중동 정세불안에 따른 고유가 등 대외여건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된 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도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2만달러를 넘었지만, MB정부가 들어선 지난 2008년과 2009년에는 2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201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6.3%를 기록하는 등 빠른 경제회복으로 2만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2만2489달러를 기록하며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계소득은 이명박 정부 들어 연평균 3.7% 증가에 그치며 이전 정부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가계소득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전 정부들의 가계소득 증가율은 김영삼 정부 11.2%, 김대중 정부 7.1%, 노무현 정부 4.9% 등이다.
하지만 가계부채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 1999년부터 2011년 사이에 연평균 12.9%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2012년 6월말 기준 약 922조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MB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발표하며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올해 2/4분기 들어 전기 대비 10조9000억원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가계부채 뿐만 아니라 국가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정책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확대되며, MB정부의 국가채무는 지난 2007년 299조2000억원에서 2012년(예산 기준) 445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GDP 대비 국가채무는 30.7%에서 33.3%까지 늘었다.
MB정부는 물가상승률도 지난 1990년대 김영삼 정부 이후 2번째로 높아 물가정책에서도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MB정부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3.6%로 김영삼 정부(5.0%)보다는 낮았지만, 김대중 정부(3.5%)와 노무현 정부(2.9%)에 비해서는 물가상승률이 다소 높았다.
한편 경제·사회연구회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향후 들어설 정부에 필요한 정책과제로 ▲거시경제 안전성 확보 ▲물가 및 가계부채 정책대응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 배가 ▲주거안정에 중점을 둔 주택정책 ▲복지비·의료비·공적연금 지출 급증 대비 등을 꼽았다.
특히 경제정책의 경우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률 전망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산출 수준의 변동성을 관리하는 정책 외에도 물가, 재정, 환율 등의 변동성을 완화해 경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거시경제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물가불안과 가계부채 증가에 적절히 대응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진된 MB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훼손된 재정건전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가속화 등으로 취약계층 복지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므로 복지비 지출 효율화와 수입확대 노력을 통해 적정수지를 관리하는 가운데, 중고령자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고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