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해외 자본의 현금인출기(ATM)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민주통합당 인재근, 민병두, 유은혜 의원 등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일환율변동 폭 3%가 넘는 위기상황 한정해 당일 외환거래금액에 저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야권에서 토빈세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정부가 추진 중인 외환시장 안정화 3종세트(선물환포지션 규제, 외환건전성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행보를 보이는 것과도 관련성이 있다.
민병두 의원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금융자유화가 가속돼 우리나라 외환·금융시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변동성을 갖게 되었다"며 "외환시장이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때마다 한국경제 전체가 덩달아 출렁거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토빈세의 발동요건과 세율 등을 규정했다.
평시 외환거래에는 저율의 세금을 부과하다가, 일일 환율변동 폭이 3%를 넘기는 '위기' 상황에는 거래금액에 따라 10~30%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환율 변동일 당시 거래금액 1억원을 초과할 경우 세금이 부과되도록 설계됐다.
참고로 지난 1990년 이후, 8279일 동안 일일 환율 변동 폭이 3%를 초과한 경우는 36일이며, 2%를 초과한 날은 61일이다. 당일 환율 변동 폭은 1998년 1월 3일 19.83%를 기록한 것이 최대치이며, 지난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에도 하루 7.40%의 환율변동이 발생했다.
다만, 2008년 이후에는 일일 환율 변동 최대치가 대체로 3~4%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
세법개정으로 인한 세수확보 분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추계되지 못한 상황이다. 민 의원은 "세수보다는 외환시장 안정성을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토빈세가 세수확대를 위한 방안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 차원의 입법안은 제출됐으나,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는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국내 토빈세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토빈세 등 금융거래세 논의 자체가 아직 논의가 촉발된 유럽에서조차 합의되지 않았을뿐더러, 브라질 등 일부국가만 도입한 상황에서 자본유출입이 상당한 편인 우리나라가 곧바로 도입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내에서 금융·외환거래 분야를 총괄하는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참석, "토빈세는 굉장히 강력하고, 영향이 큰 세금"이라며 "(토빈세를) 도입하게 될 경우 심하게 말하면 국제적 왕따 비슷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해 거시건전성부담금을 도입한 것”이라며 토빈세 도입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 토빈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만 (토빈세를) 부과하면 금융거래가 상당히 위축될 수도 있고, 갑자기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 세계가 동시에 도입하자고 합의를 봤을 때 토빈세를 도입하는 것이 안전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