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의 극적인 막판 양보로 결국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대선판 최대 고비를 넘긴 끝에 명실상부한 야권 단일후보로 간택,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맞서게 됐다.
하지만 문 후보의 행보는 지금부터 더 빨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머금고 있던 지지층을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흡수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일화 실망감으로 인해 안 후보 지지층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튀어버릴 가능성도 높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지지층 끌어안기에 실패한다면, 단일화 의미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다만 빅3 경쟁구도가 빅2 경쟁구도로 재편되면서 보수VS진보VS진보 대결에서 보수VS진보로 명확하게 떨어졌다는 측면에서 지지층 결집이 더욱 수월할 수도 있다.
야권 단일후보가 된 만큼 아직까지 방향타를 설정하지 못한 '부동층' 공략에도 최대한의 공력을 쏟아 부어야 할 전망이다. 단일화가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을 수도 있지만, 단일화 진행 과정의 잡음을 고려하면 오히려 부동층의 마음이 박근혜 후보쪽으로 쏠리게 했을 공산도 크다.
결국 단일후보가 된 문 후보는 '집토끼'와 '산토끼' 모두를 잡는 전략을 구사해야만 하는 고난도의 숙제를 떠 안게된 셈이다.
□ "단일화 피로감을 극복하라" = 문 후보가 당장 해소해야 할 문제는 '단일화 피로감'이다. 당초 '아름다운 단일화'를 주창했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말이 무색하게도 이번 단일화는 상처로 얼룩진 것이 사실.
지난 6일 후보등록 전 단일화라는 아름다운 합의를 이루며 지지율이 급반등했었지만 계속되는 두 후보 측의 대립으로 지지층들의 피로감 호소현상이 두드러졌었다.
안 후보 측의 일방적인 단일화 중단 선언, 그 후 이어진 여론조사 문구와 형님 공방전, 자정이 다 돼서야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행태까지 국민들의 단일화 피로증은 극에 달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일부 지지자들은 단일화 촉구 촛불집회까지 진행하는 한편 민주당 내 비노 의원들은 국회 로텐터홀에서 무기한 농성까지 들어갔다. 전북 완주의 한 50대 남성은 두 후보의 TV토론을 본 후, 단일화를 촉구하며 자살을 감행하는 비이성적 선택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단일화 과정에서의 잡음이 야권 지지자들의 불편한 감성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수 지지층과 달리 안 후보가 안고 있던 젊은 지지자들의 결집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한꺼번에 흩어지는 부정적 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내부단속은 물론 안 후보 측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두 가지 과제 해소는 전적으로 문 후보가 짊어지게 됐다. 만약 지지층 결집에 성공한다면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박 후보의 대세론에 맞서 박빙의 싸움을 해낼 수 있다.
□ "동반자(안철수)의 마음을 얻어라" = 지지층 결집만큼 중요한 것이 안 후보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다. 이번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안 후보는 정치공학적 계산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대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치공학적으로 따진다면 후보등록일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룰 협상을 하는 것이 수순이었을 것이라는 분석. 하지만 안 후보가 인적쇄신을 들고나오며 예상을 뒤집어 버렸다. 룰 협상 과정에서 인적쇄신을 들고나올 줄은 예측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 후보는 '새 정치'라는 대전제 하에 문 후보에게 '요구'만을 해 온 입장이었다. 기존 정당정치에 속해 있는 문 후보로서는 꼼짝 못할 전제인 셈. 대선 승리로 가는 길목의 파트너가 된 안 후보가 '새 정치'를 언급하며 이런저런 요구를 한다면 문 후보가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어렵게 안 후보 지지층을 끌어안았더라도 안 후보의 '심기'를 잘못 건드릴 경우 품었던 지지층을 상당부분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와 그 지지층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그 세력을 온전히 끌어오는 것, 단일화 피로감 극복만큼이나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