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 초반을 이끌어 왔던 '빅3'(박근혜·문재인·안철수) 경쟁구도가 본격적인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빅2'(박근혜·문재인) 경쟁구도로 재편됐다.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로 문재인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세워지면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상대할 후보가 한 명 줄어든 것이 아닌 '안철수를 품은 문재인'이란 큰 산을 만난 것이다. 단순 지지율로만 비교했을 때 빅3 구도에서는 박 후보가 여유로운 선두를 지켜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박 후보의 지지율이 4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20∼30%를 기록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을 단순히 합하기만 해도 박 후보를 뛰어 넘는다.
이에 더해 야권 단일화 상황을 지켜보던 부동층이 문 후보 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그 동안 이어져 왔던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질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문 후보가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안 후보 측 지지층이 그대로 흡수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기 때문. 안 후보의 지지층과 새누리당 지지층의 공통분모가 많았던 데다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의 잡음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에 기존 지지층이 일거에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
결국 단일화 이후 박 후보와 문 후보 모두 내부 결속을 단단히 하고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래야만 2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 박정희의 '딸' vs 노무현의 '친구' =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빅2에게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박 전 대통령은 딸인 박 후보에게 달라붙어 과거사에 대한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일단 박 후보의 사과로 과거사 문제는 일단락 됐지만 이 문제는 언제라도 재부각 될 가능성이 있다. 문 후보 진영이 과거사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띄울 것이 자명하기 때문. 이미 민주당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놓고 박 후보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야권의 끈질긴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음에 따라 민주당은 언제든지 이를 공격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를 우려해 박 후보 역시 최 이사장의 결단을 종용하는 것이다.
반면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친구라는 굴레 속에 참여정부의 과오와 친노 프레임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참여정부 시절 사회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박 후보 진영은 이를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참여정부의 정책적 잘못을 파고드는 것이다. 또한 기득권 세력으로 비춰지는 친노를 공격, 문 후보가 아직 새 정치를 실현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킬 가능성도 있다.
□ '퍼스트레이디' vs '서민의 삶' = 문 후보는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서민의 삶'을 강조해 왔다. 빅3 중 서민의 삶을 살고,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신뿐이라고 목청을 높여왔다.
안 후보가 연대의 파트너라는 점을 인식, 강도를 높인 언급은 없었지만 빅2 구도가 확정되면서 이를 더욱 강조하며 대결구도를 이끌어 갈 공산이 크다.
청와대에서 퍼스트레이디로 살았던 박 후보의 삶과 학생운동을 하다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특전사로 강제징집 됐던 문 후보의 삶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계산이다.
박 후보는 이런 공격에 무대응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지만 부산 저축은행 수임료로 문 후보를 역공할 가능성도 있다. 부산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서민들의 눈물 젖은 돈을 빼앗아 자기 배를 불리는 것이 문 후보였다고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선대본부장도 이미 이런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는 등 언제든 칼날을 드리울 기세다.
□ '국민대통합' vs '99%가 잘사는 사회' = 100%와 99%. 이것이 박 후보와 문 후보의 가장 큰 차이나 다름없다. 박 후보는 일찍부터 국민통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과거사 문제로 자신에게 반발감을 가지고 있는 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왔다.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제일 먼저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행보. 반면 문 후보는 이번 대선을 99% 서민·중산층과 1%의 대결로 규정짓고 있다.
국민대통합보다는 99%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에 문 후보는 박 후보를 1% 안에 속한 사람으로 규정짓고 증세와 복지 확대를 더욱 부각시키며 99%가 잘 사는 사회라는 모토를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