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출기업들에게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준 한·EU FTA가 발효된지 1년 반 가량이 지났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유럽 국가들의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 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은 FTA 특혜관세를 앞세워 경쟁국가들에 비해 유럽시장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수출시 FTA 특혜관세를 받기 위해서는 EU 국가들로부터 깐깐한 원산지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원산지인증수출자로 인정받아 수출상품이 'Made in Korea'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증해야 FTA 특혜관세를 활용할 수 있다.
EU 회원국 세관에서는 수입통관 심사에서 우리 기업들이 수출하는 상품의 원산지가 불분명한 경우 우리나라 세관 측에 원산지 검증을 요청하는 등 원산지 검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한·EU FTA가 공식 발효된 이후 지난 10월까지 우리 세관에 요청된 EU 회원국들의 원산지 검증 요청은 202건에 달한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대 성장률을 달성한 동유럽의 성장 엔진 폴란드의 경우 FTA 발효 이후 EU 회원국들 중 가장 많은 총 58건의 원산지 검증 요청을 접수했다.
폴란드 다음으로 원산지 검증 요청 건수가 많은 나라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의 순이지만, 3개국 평균 15건에도 미치지 못해 폴란드의 검증 요청이 월등히 많다.
관세청에 따르면 폴란드 세관이 우리 기업들의 수출품에 대해 원산지 검증을 상대적으로 강화하는 이유는 폴란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폴란드에는 브로츠와프, 무와바 등에 클러스터와 생산기지를 둔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포스코, 만도 등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 자동차도 바르샤바에 판매법인을 두고 폴란드 시장을 공략 중이다.
우리 기업들이 폴란드 현지 공장 등에 원재료, 부품, 완제품 등을 수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폴란드 세관에서도 철저한 원산지 검증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원산지 검증 요청은 수입통관 심사시 인증수출자 체계가 불확실할 때 우리 세관에 합리적으로 요청하는 FTA 절차"라며 "폴란드의 경우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이 늘어나 원재료 수출 등이 급증하며 원산지 검증 요청도 많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와 폴란드의 교역량은 수출 4100만달러, 수입 380만달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폴란드는 우리나라의 제29위 수출국이며 EU 국가들 중에서는 무역흑자(3720만달러) 2위 국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