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탈세규모가 전체 경제의 25%이상을 차지하면서 그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불신이라는 근원적 문제가 해결 되지 않는 이상 탈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지시간으로 30일 "대부분의 이탈리아인들은 국세청을 신뢰하지 않고 연관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원인으로 지난 1973년부터 이탈리아 정부가 개개인의 소비성향을 분석해 그에 걸맞는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폭주해 온점을 지목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조세시스템이 오히려 국민들의 탈세를 부추긴 격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이탈리아 세무당국은 탈세여부를 개인 스스로 확인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국세청 웹사이트로부터 다운이 가능하다.
레디테스트(redditest)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로 하여금 연 소득을 입력하게 한 후 부동산, 차량, 애완동물 보유 현황부터 심지어 휴가기간 동안 쓴 비용 등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질문을 통해 정당한 세금을 내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사용자가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두 기입하면 프로그램은 지출 규모가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해 녹색과 적색으로 그 결과를 표시해 준다. 즉 녹색등이 뜨면 소득신고 정보가 바르게 입력이 돼 탈세의혹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이나 빨간등이 표시되면 정보를 누락했다는 뜻으로 국세청 예의주시 대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레디테스트가 이탈리아 정부가 곳곳에 기승을 부리고 있는 탈세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됐으나 이를 사용할 이탈리아인들은 몇 안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로마의 한 회계사 말을 인용 "이탈리아 인구의 65%만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을뿐더러 프로그램 사용도 쉽지 않다"며 "또한 프로그램에 정확한 숫자를 기입하기 위해선 사용자들이 1년 치 소비내역서 및 영수증을 모두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현실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금당국을 전혀 믿지 않는 이탈리아인들은 당연히 레디테스트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세무당국 관계자는 "약 400만 가구, 즉 인구 20%가 탈세와 연관돼 있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이중 25%가 소득이 전혀 없는 것으로 당국에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