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피켓 시위 저지당해...욕설, 폭행
부산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0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장애인 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다 박 후보 지지자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장애인 연대)는 이날 오후 박 후보의 유세가 열린 중구 남포동 피프 광장에서 ‘장애인부양의무제 폐지’피켓을 들고 시위를 할 예정이었으나 박 후보 지지자들의 욕설과 폭력 등으로 무산됐다.
박 후보가 오후 6시 30분쯤 피프 광장에 도착, 연설을 시작한 지 5분 쯤 지나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피프 광장 중간 지점에서 장애인 연대는 피켓을 들고 ‘박근혜 후보는 부양의무제 폐지에 답하라’고 외쳤고, 이에 지자자들이 달려들며 피켓을 빼앗고 활동가들의 머리를 때리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장애인 연대에 폭력을 행사한 지지자들은 대부분 노년층으로 이들에게 “빨갱이들은 가라”, “빨갱이 같은 X”, “꺼져라”, “닥쳐라” 등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주변에 있던 일부 6070 지지자들 중에는 장애인 연대에게 “연설 좀 듣자, 시끄럽다”, “하려면 나중에 해라”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장애인 연대 활동가들이 항의하자 다시 거친 욕설로 비난했다.
이들 지지자들은 이 상황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도 “그만 찍어라”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한 70대로 보이는 남성에게 머리를 얻어맞은 최고은(여. 27)활동가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고 너무나 위협적이다. 그 누구라도 유세장에 와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후보한테도 이렇게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최 활동가는 “선거는 누구나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장(場)”이라며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되면 약속을 지켜준다고 이야기하면 된다. 장애인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왜 말 못하나”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후보는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기로 했고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해 입장이 없어 앞으로 부산에서 유세하면 우리가 의견을 전달하러 갈 것”이라면서 “박근혜 후보는 그동안 장애인 관련 정책에 대해 입장을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청란(여.32) 집행위원장은 “유세 현장에서 선전전 하려고 왔다. 우리가 준비한 건 이 피켓 하나인데, 피켓을 올리지도 못하고 저지당했다”며 “연설을 못하게 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그동안 100일 동안 엽서도 보내고 질의를 했지만 답이 없어 이렇게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조차 허용이 안 된다면 박 후보가 대통령 됐을 때 과연 장애인 목소리를 듣겠나.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지지자들도 이렇게 박근혜 후보에 대해 협소한 지지를 보낸다면 대통합이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제 위원장은 “정치라는 게 박근혜 후보 말만 듣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국민의 이야기를 박 후보가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를 지지자들이 막고 있다”고 거듭 울분을 토했다.
한편, 지지자들은 “연설을 들으려고 왔는데 난데 없이 와서 이렇게 소리를 질러 방해하면 되겠느냐”면서 “하려면 나중에 해도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장애인 연대는 다음 달 5일부터 18일까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부산시당 당 앞에서 1위 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