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부산 지지율 하락...朴 가는 곳마다 6070 환호·아우성
역시 부산은 새누리당 텃밭이었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가는 곳마다 수백 명의 인파들이 모여 들었고 박 후보의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이며 ‘잘한다’, ‘옳소’ 등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모여든 대부분의 지지자들은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이었다.
대선 선거운동 나흘째로 접어든 30일 박 후보는 부산을 찾아 곳곳의 재래시장을 방문, 유세를 펼쳤다. 재래시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박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2030세대 젊은층들은 드물었다. 그나마 눈에 띈 젊은층은 이야기를 나눠보면 선거운동원이거나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부산 6070세대들에게 박 후보는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인이었으며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같은 존재였다.
이날 박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를 시작으로 금정구 서동시장, 진구 부전시장, 서구 충무로 로타리, 중구 남포동 피프 광장 등 연 이어 재래시장 유세를 펼쳤다. 시장 사이로 난 길에 유세차량을 세우고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부산 최대의 재래시장인 부전시장과 충무로 로타리 앞 유세에서는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일대 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박 후보의 ‘얼굴’을 보기 위해 노년층들은 서로 밀치고 다투기도 했으며, 경호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다반사였다.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시장 상인들도 전대를 그대로 맨 채 박 후보의 유세를 들으러 나오기도 했다.
■ 부산 6070 “박정희 향수 무시 못해”...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 = 70대 남성 김 모씨는 유세차량 옆 빈틈으로 들어가려다 경호원들의 제지가 심하자, “얼굴을 봐야 뽑아주지, 얼굴 한 번도 못 보느냐”며 화를 내 경호원과 선거운동원들이 난처해했다.
70대 여성 이 모씨도 경호원과 선거운동원들에게 “얼굴 한번만 보자”고 간곡히 요청해 겨우 옆에서 박 후보의 얼굴만 보고 다시 유세차량에 친 바리게이트 밖으로 나와야 했다. 이 여성은 박 후보의 얼굴을 본 후, “아 예쁘다. 너무 좋다”며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부산 현장에서 지켜본 중·노년층의 박 후보와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는 ‘묻지마’식이었다. 박 후보의 ‘정책’보다는 ‘박정희 향수’가 지배했다.
부전시장 유세에서 만난 권옥태(여, 56)씨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모든 부분이 신뢰가 간다. 무조건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기대를 보냈다.
김병탁(남. 63)씨 역시 “자꾸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갖고 문제 삼는데 지금 우리나라가 이만큼 사는 게 다 박 대통령 덕인데 그걸 무시하면 안 된다”며 박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박 후보에게로 연결지었다.
유세장 밖에서 만난 부산 노년층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택시기사 김운규(가명.남.70)씨도 “박정희 향수가 있다. 유신으로 민주화에 대한 열망도 있었지만, 박정희 향수가 우리 세대에게는 있다”며 “반면에 민주당은 전라도 아니냐, 박근혜는 무엇보다 끈기가 있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남자 못 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민감하기도 = 이와 달리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중·노년층도 있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대해 부산 민심이 사나워진 계기를 만든 ‘가덕도 신공항’ 문제에 예민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송진영(가명.여.53)씨는 “누구든 신공항을 가덕도로 가지고 오는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얼마 전에 문재인 후보가 공약했는데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부산민심에 ‘가덕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현재 문재인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분명히 했고, 박 후보도 이날 ‘전문가 평가 후 약속’으로 조건부 유치를 내걸었다. 대구경북(TK)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박 후보의 “입장 곤란함을 이해해 달라”고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양해를 구할 정도로 가덕도 신공항 유치는 부산에서 민감한 사안이다.
■ 안철수 사퇴 안타까워...文·安 함께 해야 = 이와 달리 2040세대는 대체로 문재인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면서도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로 인한 여파가 눈에 띄었다.
이날 박 후보의 유세현장에서 어렵게 만난 대학생 김선혜(여. 25)씨는 “아직 후보를 결정 못했는데, 지나가다 박 후보가 왔다고 해서 보는 것”이라며 “안철수 후보가 사퇴를 해서 마음이 안 좋다. 더 지켜보다 (대선)일주일정도 남겨놓고 결정할 것”이라고 유보 입장을 내비쳤다.
30대 직장인인 최경진(가명,남)씨는 “친척 어른들이 다 박근혜를 찍으라고 하시는데, 문재인을 찍을 것”이라며 “정책도 보니 제일 괜찮고, 안철수 후보도 좋았는데 협상과정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역시 “내 주변은 40대까지 거의 문재인”이라며 “MB정부에 대한 실망이 굉장히 크다. 안철수가 사퇴해서 아쉽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새누리당 철옹성인 부산이지만, ‘문재인 바람’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문재인-안철수’ 연대가 얼마나 단단한 지에 따라 그 바람은 미풍이 될 수도 돌풍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