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과음 탓 화 불러…"인생 망칠 수도"
송년회에는 흥을 돋우는 술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마시는 양이 지나치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2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한해를 술로 마무리하다가 불미스러운 일로 재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주운전으로 단속되거나 인명 피해를 내는 경우, 술김에 행패를 부렸다가 고소당하는 등 낭패를 보는 사례도 있다.
더욱이 음주운전 피해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미친다는 점에서 자제해야 한다.
◇ 송년회 '업무 연장' 아니다
송년회에 참석한 윤모(45)씨는 0.22%의 만취 상태로 차를 몰고 집에 가다가 교통사고로 숨졌다. 중앙선을 침범했다가 마주 오던 버스를 들이받은 것이다.
윤씨의 부인은 회식비 결제가 법인카드로 이뤄진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송년회 참석은 자의적인 행위, 사적인 행위이지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재판부 역시 "송년회 참석에 강제성이 없었고 교통사고가 회식 중이 아닌 귀가 중 발생했다는 점, 음주운전이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이 아닌 점에서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 상해·재물 손괴로 '철창신세'
송년회 도중 손찌검을 했다가 벌금을 내거나 철창신세를 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모(52)씨는 단체 송년회 중 감정이 쌓인 후배의 머리에 맥주를 끼얹고 컵으로 내리찍어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혔다.
감정을 후련하게 풀었다고 생각하고 집에 갔지만 이튿날 상해죄로 고소당했다.
이씨는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후배와 금전적 합의까지 했지만 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고모(42)씨도 송년회 중 자신의 술잔을 빼앗고 반말까지 하는 부하 직원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때렸다가 자칫 교도소 신세를 질 뻔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점을 참작했다"며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모(37)씨는 송년회 1차 모임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 친구와 옥신각신하다가 발로 친구의 차량을 걷어찼다. 감정이 상한 친구의 고소로 법정에 선 끝에 벌금 50만원을 물어야 했다.
◇ 운전은 '금물'
임모(50)씨는 지난해 말 송년회를 마치고 차를 몰고 귀가하다가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농도가 0.1%로 나오면서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것은 물론 200만원의 벌금까지 냈다.
임씨처럼 연말연시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9일부터 음주운전 처벌의 하한선을 설정, 실질적인 처벌 기준이 상향된 이후 처벌이 강화됐다.
혈중 알코올농도가 0.05∼0.1%일 때는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0.1∼0.2%인 경우에는 6개월 이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에서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혈중 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이거나 음주운전으로 3회 이상 적발된 경우, 음주측정을 거부할 때는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게 된다.
이혜성 청주지법 공보판사는 "술김에 운전대를 잡거나 행패를 부렸다가 구설에 오르지 말고 지인들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차분하게 새해를 설계하는 연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