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의 특허소송을 계기로 공정거래와 기술을 최대무기로 하는 세계 산업계에 애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미국의 IT전문 보도매체인 씨넷은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두고 앙숙과도 같은 애플과 구글이 파산을 신청한 코닥의 특허매각 입찰에 공동참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양사가 코닥의 특허 공동취득 취득을 통해 팽배하고 있는 법적전쟁의 긴장감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간)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고객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대이기는 하지만 5억 달러가 넘는 이스트만코닥의 1000여개 특허를 사들이기 위해 힘을 보태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이 처음 보도했다. 저널은 애플과 구글이 1억5천만 달러에서 2억5천만 달러에 이르는 특허의 매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는 보도를 했었다.
이스트만코닥은 올해 1월 최종 파산을 막기 위해 파산보호신청을 한 상태로 씨티그룹에서 빌린 9억5천만 달러 상환을 위해 특허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코닥은 특허와 자산매각을 통해 내년에는 파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에 공개된 법원서류에 따르면 코닥이 보유한 특허자산의 가치는 약 26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과 구글은 특허전쟁에서 각 진영의 가장 정점에서 대치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지난해 7월 무선과 4G기술 등 상당한 기술력을 가진 노텔을 두고 한바탕 전쟁을 벌였다. 애플은 EMC, 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 RIM 그리고 소니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구글과 인텔 컨소시엄이 제시한 9억 달러보다 5배나 많은 45억 달러에 사들여 버렸다.
이토록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두 회사에 화해무드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삼성과 애플의 소송이라면 과도한 추측일지도 모른다. 디자인을 제외한 대부분이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소송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애플은 프로그램 제공자인 구글은 소송의 상대로 삼지 않았다.
지난 6일 구글의 CEO면서 현직 회장인 에릭 슈미트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애플이 구글이 아닌 구글 파트너만을 소송대상으로 삼는 것은 극히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말을 했다.
애플이 미국 기업을 직접 소송의 상대로 삼았을 경우 승소에 대한 확신도 부족할뿐더러 혁신의 방해자라는 오명으로 불어 닥칠 역풍을 우려해 다른 나라의 기업들만을 괴롭히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미국 위스콘신 주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글의 자회사인 모토로라와의 스마트폰 특허소송과 관련해 "모토로라와의 분쟁을 완전히 끝내기 원하며 이를 위해 중재가 최선의 방법이라는데 동의한다"며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했다. 구글도 "특허분쟁을 끝내길 원했다"며 "우리는 개별 쟁점보다는 모든 특허분쟁을 해결할 틀을 원한다"고 답변해 양사가 화해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애플의 팀 쿡은 삼성과의 1심 최종 심결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불룸버그 및 NBC 등과의 대대적인 인터뷰를 통해 1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서 아이맥PC 생산계획을 발표했다. 다분히 미국내 여론을 개선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기는 했지만 이는 선진국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리쇼어링(reshoring 제조업 본국 회귀)’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이 1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은 애플의 연간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투자액이 95억 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미미한 숫자로 겨우 200명의 고용 증대효과 밖에 없다. 그럼에도 주목해야하는 것은 선진국 특히 미국기업들의 최근 경향이다.
HP는 팍스콘과 합작으로 인디애나폴리스에서 1300명을 고용해 미국 내수용 컴퓨터 290만대를 생산하기로 했으며 레노버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10만대의 노트북을 만들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공장을 다시 미국으로 옮긴 캐터필라, GE에 이어 구글도 생산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