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값은 요지부동… 원두값 39% 떨어져도

원두커피의 국제시세가 연초보다 최대 39% 하락했다. 게다가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도 떨어져 원두값이 내리는 효과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커피 값은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오른 상태로 요지부동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커피기구(ICO)가 공개한 커피 원두의 평균 시세는 지난 11월말 기준, 고급커피와 일반커피의 평균가격이 1파운드당 158.6센트로 지난해에 비해 32.6% 하락했다.

또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주로 수입하는 고급품종인 아라비카(브라질산 기준)는 39%,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고급품종 로부스타는 5.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국민이 즐겨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커피수입량은 71만7천톤으로 2010년의 41만6천톤에 비해 72.3%나 급증했다.

이를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커피 값 3000원으로 환산하면 1인당 연간 100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단일 음료품목으로는 소주에 필적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 원/달러 환율 하락, 커피 값 인하 요인 발생

커피는 100% 수입품으로 원두의 국제시세뿐 아니라 원/달러환율의 변동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식품이다.  

올해 원/달러 환율 움직임을 보면 원두시세 급락과 더불어 커피 원가를 떨어뜨리는 호재가 되고 있다.

연초 1155원으로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7일 기준 1072원으로 83원 하락(원화강세)했고 지난 5/24일의 연중 고점 1184원 대비 112원이나 하락했다.

올들어 커피값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스턴트 커피 메이커와 대형 커피숍 프렌차이즈들은 가격인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들어 국제 원당시세가 하락하자 설탕값을 인하했던 제당업계의 대응과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5월 주력 판매제품인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라멜 마끼아또 등의 가격을 300원씩 인상했다.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우유와 커피원두, 인건비와 점포임대비 등 직간접 비용 증가로 불가피한 가격 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동서식품도 지난해 4월 커피믹스 가격을 9.8% 올리면서 인상배경으로 커피원두시세의 급등을 주된 요인이라고 밝혔었다. 

이처럼 국내 커피업계는 상반기 커피값 인상 때는 지난해 원가 인상분을 반영한 반면 올해의 원가 인하분을 반영하는데는 인색하다. 올릴 때는 즉시 반영하고 내릴 때는 갖가지 이유를 대며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커피업체들은 판매가를 인하할 수 없는 이유로 커피 제조원가에서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서 커피값 인하가 쉽지 않다고 해명하고 있다. 커피업체 관계자들은 “원두의 경우 생산 농장과 직접 장기 계약하기 때문에 현 시세에 바로 연동되지 않는다”며 “원두 외에 우유, 설탕, 인건비, 임대료, 환율, 기타 원부자재 가격의 변동 등 제조원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커피업체들은 커피의 원가구조에 대한 자료를 대외비로 다루고 있어 커피 원두시세의 하라과 환율 하락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커피업체들은 그러한 비밀을 유지하면서 소비자의 얇은 지갑을 더욱 얇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