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박근혜 당선인, 이하 박 당선인)이라는 역사(歷史)를 써내며 대미를 장식한 가운데 박 당선인이 내놓은 각종 공약 실천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약속'과 '원칙'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성향을 감안할 때 공약 실천을 위해 집권 초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 실천에 수반되는 비용의 조달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박 당선인은 자신이 내놓은 각종 공약들을 실천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매년 27조원, 임기(5년) 동안 총 135조원으로 추산했다. 박 당선인은 이 같은 막대한 재원을 충당하는 방법론의 대전제를 ▲세출구조 개혁 ▲세무행정 강화로 설정했다.
□ 추가재원 27조원, 실현 가능성 있나 = 정부가 지난해 설정한 올해(2012년) 세입예산 규모는 205조8000억원 수준. 하지만 극심한 경기침체 여파에 휘둘리면서 정부는 이미 올해 국고로 들어오는 세수규모를 203조3000억원 수준으로 끌어 내렸고, 추가적으로 5000억원∼1조원 가량이 부족하게 징수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침체가 최고조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불안한 전망이 파다한 내년, 정부가 잡은 세입예산 규모는 올해 전망치 대비 6.4%(13조1000억원) 증가한 216조4000억원.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이 수치를 채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반적 관점에서 10%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을 때나 확보가 가능한 27조원의 추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약속은 여러 변화요인이 동반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정할 경우, '허수(虛數)'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즉, 실현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5년 총 135조원 추가재원 마련의 '첫 단추'가 최악의 경제상황이 예상되는 내년이라는 점도 박 당선인에게는 굉장한 '위험요소'일 수밖에 없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모든 계획이 어그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박근혜의 방법론, '세출구조 개혁' = 박 당선인의 재원확보 방법론의 제1원칙은 '세출구조 개혁'으로 집약된다. 원칙적인 부분만 제시됐을 뿐 세부적인 방법론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논의과정에서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무분별한 정부의 지출을 묶고 연간 30조원이 넘는 광대한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방침에도 상당한 취약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비과세·감면 정비는 국가재정 확보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정부가 꺼내든 '단골메뉴'.
문제는 지금껏 '말'만 앞섰을 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비과세·감면을 제대로 정비하는데 성공한 경우가 적다는 점이다. 오히려 비과세·감면을 통해 지출되는 조세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기만 했다.
이 부분은 또 '정치'와도 맥이 닿는다. 정치권도 선거철을 전후해 세금감면 법안을 쏟아내 정부를 압박하는 등 행보를 계속해 왔다는 점에서, 비과세·감면 정비는 매우 해내기가 어려운 과제에 속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 지출 축소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도 집권 초반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정부 지출 규모를 줄여 20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경기침체 상황이 계속되면 정부의 역할이 커지고 (예산)지출을 늘려 하강곡선을 완만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나 내년은 경기침체가 최고조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라는 측면에서 정부 지출 축소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 재원확보 방법론의 핵심은 '세무행정 강화' = 재원확보 방법론의 원칙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박 당선인 또한 증세(增稅)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둔 것은 아니다. 다소 소극적으로 보일 뿐 증세의 가능성은 공약을 통해 열어둔 상태.
일단 박 당선인은 증세방향을 논의할 '국민대타협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주식양도차익 과세범위 확대,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 확대 등과 같은 일련의 고소득층 증세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은 상태다.
이 공약들은 직접적 증세다. 매년 27조원에 달하는 추가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의 증세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박 당선인은 간접적 증세방안 또한 내놓은 상태다.
이는 재원확보 방법론의 제2원칙, '세무행정 강화'로 요약된다. 특히 금융자료 접근권 확대 등을 통해 탈루소득에 대한 세무조사를 확대하고 체납세금 징수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135조원 재원확보 성공여부의 바로미터가 될 내년, 최대한의 세수확보가 필요한 상황에서 재원확보의 '첨병'이 될 국세청의 역할 증대를 예고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박 당선인은 이를 위해 '국세청 조직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법 개정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한계점이 분명한 비과세·감면 정비 등과 달리 '의지'를 기반으로 실현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세무행정 강화가 박 당선인의 재원확보 방법론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새정부가 추구할 국세청의 변화방향이 주목을 받고 있는 점은 이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