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안팎에서는 새 정부 집권 원년을 포함해 집권기간 동안 국세청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하 박 당선인)이 국민과 약속한 공약 실천을 위해 5년 동안 매년 27조원씩, 총 135조원의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과 그 이후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자연스러운 세수증가분만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추가재원을 만들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박 당선인이 증세(增稅)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세무행정의 강화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굳게 닫힌 FIU(금융정보분석원) '금고문' 활짝 열리나 = 박 당선인은 특히 세무조사를 확대해 불법적인 탈루소득에 대한 징수를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에 수반하는 세부방법론 중 하나가 국세청의 '금융자료 접근권 확대'다.
이는 국세청이 그동안 줄기차게 '필요성'을 강조해 온 부분과도 맥이 닿아 있다. 수 년 전부터 세무행정의 이슈로 부각됐던 '지하경제 축소'의 해법으로 국세청의 금융자료 접근권 확대 문제가 대두됐다.
정치권은 물론 조세학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 박 당선인도 국회의원 시절, "지하경제 축소를 위해 국세청의 금융자료 접근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수 차례 언급해 왔다.
현재 FIU는 특정금융거래보고법(FIU법)상 혐의거래보고제도(STR), 고액현금거래보고제도(CTR)에 근거, 1000만원 이상 금융거래 중 자금세탁 등 혐의거래 정보를 금융사로부터 보고 받고 있으며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 또한 의무적으로 보고 받아 축적해 놓고 있다.
FIU가 발간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FIU에 보고되는 고액현금거래자료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추세다. 구체적으로 2008년 673만7000건(금액 137조원), 2009년 678만3000건(금액 140조원), 2010년 1101만1000건(금액 197조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료들은 단 한 건도 국세청에 제공되지 않고 있는 실정. 혐의거래자료의 극히 일부분만이 국세청에 제공된다. 지난 2010년 국세청에 제공된 혐의거래자료는 FIU에 보고된 건수(총 23만6068건)의 3%에 불과한 7168건이었다.
최근 FIU법이 일부 개정, 그동안 조세범칙행위(탈세)로 확정된 사건에 한해 FIU에 정보요청이 가능했던 것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의심되는 사건에 대해서도 정보요청이 가능하도록 넓어졌지만, 절차적 문제와 함께 점차 고도화되는 탈세에 발빠른 대응이 용이할 만큼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당선인이 금융자료 접근권 확대를 공약했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변화의 기류로 평가된다. 현재 새누리당 차원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대표발의)이 국회에 제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부의 수반이 이 부분을 공약한 만큼 일각에서는 당장 올해는 힘들더라도 내년 중 법 개정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위에서 FIU의 국세청 산하기관 재편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국세청도 금융자료 접근권이 확대되면 숨어 있는 소득에 대한 과세강화로 상당한 세수확보 효과가 동반될 것이라는 입장. 국세청 일각에서는 현재 매년 3조원 안팎인 '노력세수(세무조사 등을 통해 징수되는 세수)' 증가와 함께 체납세금 징수역량 강화로 전반적인 세수증가라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국세청 '조직개편', 현실화 되나 = 박 당선인이 공약사항으로 내놓지는 않았지만, 국세청 조직개편에 대한 가능성도 활짝 열어놓았다. 박 당선인은 선거직전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단독인터뷰를 통해 국세청 조직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당선인은 인터뷰를 통해 "국세청의 납세서비스 기능과 세무조사 기능을 분리하도록 하겠다"며 "납세서비스 기능조직은 세무신고와 근로장려세제 운영 등 납세자 밀착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세무조사 기능은 대상별(납세자 유형, 업종 유형)로 특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론적인 설명에 불과할 수 있지만, 특히 세무조사 기능 재편 가능성을 시사한 부분은 눈길을 확 잡아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부분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논의된 바 있던 국세청 조직개편 방안과도 일정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당시 없던 일로 끝이 났지만, 국세청 조직개편 방안에 대한 외부용역 보고서는 세무조사 조직을 납세자 유형, 업종 유형별로 나누어 맡도록 하는 방안이 담겨 있었다.
미국의 IRS 조직체계를 본 딴 방안이었다.
이 같은 방향의 조직개편은 국세청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논의가 진척된 상황이다.
지난 11월12일 열린 국세행정위원회에서도 현재의 세목별·기능별 조직체계의 한계점을 뛰어 넘기 위해서는 세원관리 및 세무조사 조직 자체를 납세자 유형별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당장 조직개편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상황은 아니지만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 방향과 국세청 내부의 의견이 합치될 경우, 인수위에서 심도 있는 논의 및 가시적인 결과물과 실천계획이 뒤따라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