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물산·대우건설 과징금 95억원 부과
국가가 발주한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담합을 통해 혈세를 챙긴 사례가 또 다시 밝혀졌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야권이 제기한 영주다목적댐 입찰담합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지난 2009년 수자원공사가 발주한 영주다목적댐 건설공사 입찰과정에서 특정 공정 등의 설계내용을 담합한 삼성물산(주)과 대우건설(주)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5억36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이들 건설사의 설계용역회사인 삼안(주), 도화엔지니어링(주)에 대해서도 각각 시정명령을 내렸다.
영주다목적댐은 수자원공사가 지난 2009년 7월 발주한 총 건설비 2214억(부가가치세 포함)짜리 대형 프로젝트로, 여느 4대강 사업공사와 마찬가지로 설계·시공사를 한꺼번에 결정하는 이른바 '턴키 공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정위 조사결과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해당 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설계비용 등을 아끼기 위해 기본설계 등 평가단계에서 공사비가 많이 예상되거나 고난도의 기술이 적용되는 공정을 고의로 빼기로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두 회사는 댐 수위가 일정용량 이상 됐을 때 여분의 물을 지류로 흘리는 여수로(餘水路) 및 여수로에서 내려오는 물 흐름을 약화시켜 침수를 방지하는 감세공(減勢工) 설계를 사전에 향후 200년 빈도 홍수확률로 맞추기로 합의했다.
또한 두 회사는 댐 건설에 따른 생태복원시설 교량 형식 중 건설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교량형을 고의로 제외시켰고, 하천에 서식 중인 어류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인 어도를 설계과정에서 아예 뺐다.
댐 건설 목적이 처음부터 침수방지나 하천 생태계 복원 등이 아닌 댐 건설공사에 따른 이윤추구라는 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설계과정부터 짬짜미를 한 가장 큰 이유는 설계와 시공비용을 한꺼번에 결정짓는 턴키입찰 방식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번 영주댐건설 낙찰자 결정방식에는 설계점수 70%, 가격점수 30%의 가중치가 배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설계비용을 절감하고 배점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본설계 평가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할 목적으로 전체 100여개 설계항목 중 여수로 감세공, 어도, 생태교량 등 5개 특정 공정을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이 설계항목 일부에서 발생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자체가 낙찰자 결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이 제기한 이번 담합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향후 4대강 사업과 관련된 추가적인 건설사 담합사건이 추가로 밝혀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미 공정위는 이 사건을 처리하기 전인 올해 7월 현대건설 등 18개 대형건설사가 연루된 입찰담합 사건을 조사해 총 1100억원 과징금을 물린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