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에 '부자증세' 압박·6조 국채발행은 '반대'
소용돌이 쳤던 대선 정국에서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새 정치를 얘기했지만 대선이 끝나자마자 국회는 과거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여야는 큰 산이었던 대선을 치르고 이제는 연말까지 내년도 예산안 처리해야 하기로 했지만 지금은 팽팽한 기싸움에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다.
먼저 칼을 빼 든 것은 새누리당이다. '박근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6조원의 국채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민주당은 이를 수긍하는 듯했다.
자신들도 복지 확대를 위해 추경을 주장했었고 추경하려는 내용만 타당하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한 것이 지난 21일 상황이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도 일방적으로 파행시키기도 했었다. 민주당이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마라톤 의원총회를 벌이다 기재위 전체회의 시각을 놓친 탓이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24일 오후 3시에 의총이 끝나자마자 민주당 의원들이 기재위로 달려간 것이 아니란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이 끝나자마자 국회 앞 설렁탕집으로 식사를 하러갔고 이 소식에 기재위 소속 직원들과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한숨만 쉬었다.
그런데 26일 민주당은 6조원 국채발행을 놓고 절대 불가라며 기재위를 파행시켰다. 세법 처리를 예산안과 연계시켜 새누리당에 '부자증세'를 압박한 것이다.
민주당이 6조원의 국채발행을 반대하는 이유는 국민 모두에게 빚을 지게 할 수 없다는 논리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선 직접적인 증세를 해야 하는데 증세 문제는 제쳐두고 빚을 진다는 것 자체가 조세정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소득세와 법인세의 직접적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소득세는 최고 과표구간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추고 법인세는 최고 과표구간 500억원 초과·세율 25% 구간을 신설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비과세 감면 등 불합리한 조세제도에 대한 정비를 우선으로 하고 증세는 단계적으로 시행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복지 확대에 필요한 재원은 국채를 발행해 마련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현재 민주당은 다음날까지 새누리당이 6조원의 국채발행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갖고 오라고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만약 새누리당에서 별다른 입장 변화가 없다면 27~28일 열기로 했던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세법 처리는 불투명해지고, 결국 국회는 또 다시 새 정치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한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예산안 처리'라는 악습을 되풀이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