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공조 '비상'… 최대고객 현대차 거래선 전환

현대차, 공조시스템 거래처 덴소·두원공조로 변경

현대차그룹이 한라공조로부터 들여오던 공조시스템의 거래선을 변경하기 시작해 한라공조에 비상이 걸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중국공장은 그동안 한라공조로부터 들여오던 부품을 두원공조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현지 생산되는 쏘나타에 들어가는 공조시스템의 거래처를 한라공조에서 일본의 덴소로 변경했다.

현대․기아차가 공조시스템 거래선 변경에 나선 것은 신차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무협의과정에서 한라공조와 업무협조가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라배마에 연산 30만대(현대차), 중국 베이징에 100만대(현대차), 중국 옌칭에 70만대(기아차) 등 미국과 중국에서 연산 200만대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과 관련한 한라공조와의 업무협의가 원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소식통은 “국내 완성차 업체와 대형 부품업체들 사이에 사소한 갈등은 있어왔지만  거래처를 전격 변경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는 두 회사 사이에 신뢰관계에 금이 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공조부문의 경우 세계 자동차업체들 사이에 친환경 에너지절감형 자동차 개발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완성차업체와 부품회사 사이에 협조가 절실하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가 한라공조로부터 조달하는 물량을 점차 줄여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라공조의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와의 거래비중을 보면 2012년 9월말 현재 1조6097억원 규모로 전체 매출액의 59.9%로 전년 동기의 62.0%에 비해 2.1%포인트 낮아졌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4분기 매출비중은 더욱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2013년도 한라공조의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라공조는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뿐 아니라 기아자동차에도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데 지난해 이들 회사에 대한 매출액은 전체의 64.1%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이 구매선 전환에 나섬에 따라 한라공조의 충격은 그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에 공조시스템을 납품하게 되는 일본 덴소는 토요타자동차에서 분리돼 1949년 설립된 세계 제2위의 자동차 부품업체로 토요타를 비롯해 닛산 혼다 GM 등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일본 덴소의 경우 만도와 프랑스의 발레오사가 합작으로 자동차 공조시스템 생산회사 설립을 추진해왔다.

두원공조는 국내 자동차 공조시스템 시장에서 점유율 25%를 차지하는 2위 업체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및 현대모비스에 부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용 공조제품 시장은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한라공조와 두원공조, GM대우에 공급하는 한국델파이, 그리고 르노삼성과 쌍용에 공급하는 회사들로 나눠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의 자동차용 공조제품 시장에서는 한라공조가 54%를 차지해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두원공조 25%, 한국델파이 16%, 기타 5%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라공조는 201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3121억원, 영업이익 3045억원을 기록한 업체이며 2012년 3분기까지에는 매출 2조6856억원, 영업이익 2366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