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제네시스 쿠페
현대차가 새해초부터 중대형차 가격을 최대 100만원까지 낮추고 나서자 그 배경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차는 지난 연말로 끝난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가격인하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고급 모델에 적용된 고급 사양들을 경험하고 싶지만 가격 때문에 망설이던 고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업계에선 수입차가 무서운 기세로 시장점유율을 잠식해오고 있어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는 분석과 한국지엠 등의 추격이 거세짐에 따라 기선을 제압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자동차 유통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비인기 차종을 밀어내기 위한 판촉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수입차 올해 40여종 국내 출시 vs 현대차는 3~4종
올해 수입차 업계는 40여종의 신모델을 국내 시장에 쏟아낼 태세다. 피아트 500, 도요타 라브4 등 3천만원대 소형차도 대거 출시가 예고되고 있다.
주목받는 수입차 신차로는 7세대 골프와 폴로 등을 꼽을 수 있다. 골프는 폭스바겐코리아의 대표 모델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동기보다 13% 증가한 5611대가 팔릴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BMW,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등의 수입차 가격은 올해들어 개소세 인하 이전의 가격으로 환원됐으나 일부 전략 모델의 경우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 시장에 제네시스 후속모델과 아반떼 쿠페, 싼타페 롱바디 모델 등 3~4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입차에 비해 출시되는 모델의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부분변경 모델이기 때문에 수입차와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
김충호 현대자동차 사장이 연초 “수입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올해는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한 것도 현대차의 고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의 가격인하 대상에 소형이나 준중형 모델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또한 가격인하 대상의 주된 타겟이 수입차를 겨냥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 싼타페
■ 인기없는 모델 '떨이용 가격인하'라는 지적도
현대차가 연초부터 일부 모델을 대상으로 가격을 내렸지만 업계에서는 가격인하를 앞세워 안팔리는 모델을 더 판매하겠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 싼타페, 베라크루즈의 고급 모델 가격 인하에 들어갔는데 22만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가격을 낮췄다. 가격 인하 모델은 쏘나타 모던과 싼타페 익스클루시브, 제네시스 프리미엄 스페셜 등 최고급 모델이다.
현대차는 “고급 편의사양에 대한 고객들의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들이 취향과 환경에 따라 차량을 폭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가격 인하에 대한 취지를 설명했다.
쏘나타 2.0 모던은 천연 가죽시트와 전후방 주차보조 시스템 등 사양변경없이 기존 2650만원에서 2628만원으로 22만원 낮아졌다.
제네시스 프리미엄 스페셜도 5524만원에서 5424만원으로 100만원 내렸다. 싼타페는 2.0과 2.2모델의 익스클루시브 트림 가격이 각각 90만원, 94만원 인하됐다.
하지만 이들 모델은 해당 차종 중 비싼 가격대에 놓여 있어 판매 비중이 미미한 비인기 차종이다.
이번에 가격을 낮춘 제네시스 3.3 프리미엄 스페셜은 3.3 중에서 가장 비싼 최고급 모델이다. 제네시스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7%에 불과하다.
게다가 제네시스는 신모델이 출시가 예상되고 있고, 베라크루즈도 단종을 앞둔 것으로 전해져 판매 감소를 예상한 현대차가 미리 대응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경쟁사들은 현대차의 가격 인하가 상위 모델에 제한됐기 때문에 영향력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현대차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서민 경제를 위한다면 서민들이 많이 구입하는 아반떼, 소형 트럭 등 전 모델 가격을 낮췄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