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대상 및 한도 등 추가확대 추진 전망
기업의 대물림 과정에서 원활한 승계를 위해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이 내년에 추가로 확대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차기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0일 인수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기업 관련 제도개선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경제2분과에서 향후 중소기업이 중견, 대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특히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진출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는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가업상속공제 확대방안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인수위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한 중소기업들의 '손톱에 박힌 가시'를 빼주는 방안의 하나로써 세금 부담 문제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고의적으로 회피하는 이른바 '피터팬 신드롬' 현상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가업상속공제 확대 정책은 현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당초 매출액 500억원 이하 기업에 연간 최대 공제한도 150억원 수준이었던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매출액 1500억원 이하, 공제한도 3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작년 말 세법개정을 통해 매출액 2000억원까지 공제대상을 추가로 확대했다.
하지만 경제의 '허리'를 자처하는 중견기업들은 이 정도 혜택 확대만으로는 중소기업에서 적용받던 세제혜택보다 턱없이 낮다는 의견을 내면서 공제한도 추가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기업들이 가장 세금감면 혜택을 많이 받는 R&D(연구개발비) 세액공제의 경우 중소기업들은 최대 25%의 공제율이 적용되지만, 중견기업은 3~6% 수준에 불과하다. 작년 말 세법개정을 통해 공제율을 최대 8%까지 늘렸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에 비해 상당히 낮다.
중견기업들이 가업상속공제 문제를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세금 문제로 경영의 '연속성'이 끊어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현재 법정 최대 상속세율은 50%에 육박해 가업승계 과정에서 투자확대 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공제요건도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현재 상속세 감면을 받기 위해선 20년 이상 이어온 기업을 상속인이 승계해서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에 한해 상속받은 재산의 70%를 최대 300억원 한도로 공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중간에 경영난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할 경우, 공제받은 세금을 돌려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경영난에 세금부담까지 더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중견기업의 어려움은 세금감면을 받기 위한 고용유지 조건에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가업상속공제 요건으로 중소기업의 경우 승계 후 10년간 고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중견기업은 이 기간 고용인원을 20% 더 늘려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 같은 세금 문제는 물론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로 중견기업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전환될 경우 160여개 혜택이 사라지고 190개 규제가 더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업계 내부에서는 공제한도를 500억원으로, 공제율은 최대 10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인수위는 현재 경영기간(20년), 매출액(2000억원 이하)인 공제기준을 완화하고, 공제한도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 가업상속공제 도입 당시에 참고했던 독일식(가업 승계 후 7년간 근로자 임금 유지 시 상속세 전액 면제, 5년간 임금수준 80%까지 유지하면 상속세 85%까지 감면) 일본식(공제율 80%, 과세유예) 등을 놓고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인수위 차원에서 한도확대가 결정되더라도, 향후 정치권의 혹독한 추가검증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이 같은 '친(親) 기업' 정책을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11년 세법개정시 가업상속공제율을 100%까지 높이고, 공제한도를 500억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해 여권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국회 세법심의 과정에서 또 다른 '부자감세'라는 야권의 비판에 직면해 공제율(70%)과 공제한도(300억원)가 재조정 된 경험이 있다. 상속세 본래 취지가 아예 퇴색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혜택이 쏠린다는 것이 주된 반대이유였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규제를 풀어달라는 기업들의 요청과, 조세제도(상증세법)의 근본적인 개선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다양한 의견 속에서, 차기 정부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