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가 심각하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훨씬 많아 빚을 내 빚을 갚는 구조다. 사업을 할수록 부채가 쌓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공사 스스로도 자구노력을 하고 있고 정부도 매년 증자로 수혈을 하고 있다. 심지어 법까지 개정하면서 부채 축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 총부채 133조 영업이익의 62배
지난해 6월말 기준 LH는 자산 163조원, 부채는 133.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기업이다. 이 부채규모는 지난해 국가 부채 445조2천억원의 30.0%, 27개 공기업의 부채를 합친 329조5천억원의 40.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반면 총자산 영업이익률은 1%에도 못 미친다. 무수익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등 정부의 정책사업을 수행하는 공사의 성격을 감안해도 이익률이 턱없이 낮다. 이 때문에 부채를 갚을 체력이 못된다.
원가절감, 인력조정 등 자구노력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계속 늘고있어 해를 거듭할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차입금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총차입금은 93조원으로 총부채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자부담은 물론 매년 일정부분 차입금을 갚아야한다.
또한 총차입금 규모가 영업이익의 62배에 달한다. 이는 영업이익을 모두 차입금을 갚는데 쏟아 부어도 60년이 넘게 걸린다는 뜻이다. 지급이자도 연평균 4조원대로 영업이익보다 훨씬 많다. 이익금으로 차입금 상환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인 것이다. 그러니 빚을 내 이자를 갚는 형국이다.
▉ 영업활동 조달현금 계속 적자, 빚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회사의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2009년에는 영업활동을 통해 1조8천억원을 조성했지만 토지 매입 등 투자활동에 3조6천억원을 썼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보다 1조8천억원을 더 쓴 것이다. 부족자금은 정부 출자 608억원과 차입금 등으로 3조4백억원을 재무활동을 통해 조달해 막고 남은 1조2천억원은 현금성 자산에 투입했다.
하지만 2010년에는 영업활동에서 무려 9조원이나 적자가 났음에도 유형자산 등에 8.3조원을 투자했다. 부족자금 17조원을 차입(정부출자 1.3조 포함)과 현금성자산 0.4조원을 처분해 메꿨다.
2011년에도 이런 상황은 반복됐다.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에 쓴 8.7조원 중 6.9조원(정부출자 0.7조원 포함)을 빚으로 조달하고 보유 현금성 자산 1.8조원을 처분해 충당했다.
이처럼 영업활동에서 조차 적자가 나는데도 대규모 투자는 계속되고 빚을 얻어 부족자금을 충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부채만 속절없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 재무역량을 초과한 대규모 국책사업, 빚더미로 내몰아...
건설업계 관계자는 "LH가 거대한 빚더미 기업으로 전락한 것은 2004년 노무현 정부의 임대주택사업, 2009년 MB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사업 등 LH의 재무역량을 초과하는 대규모 정책사업의 수행과 무리한 자체수익사업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책사업(택지개발, 세종시, 혁신도시 등)과 토지, 주택분양 등 자체수익사업의 소요자금을 대부분 외부차입으로 충당했고,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로 판매부진과 자산매각의 길이 막히면서 동맥경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문병호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2년 6월말 부채규모와 부채비율은 2003년 대비 각각 6.5배와 2.4배 증가했다. 참여정부시절 46.5조원과 이명박 정부 기간에 66.7조원의 부채가 증가한 것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지난 2011년 사업부문별 부채구성을 보면 총부채 130.5조원중 6대 정책사업 관련 부채가 71.7조원(54.9%), LH 자체 사업관련 부채가 58.8조원(45.1%)이다.
이중 임대주택과 보금자리주택 관련 부채는 58.2조원으로 정책사업 부채 71.7조원의 81.2%를 차지하고 있어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 국책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개선 필요
2011년 기준 LH에 대한 정부의 경영평가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LH의 부채감축에 대한 자구노력으로 진행사업의 연기, 매각, 규모조정 등을 통해 사업비 지출 규모를 축소하고, 원가절감과 판매증대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2012년 ~ 2018년까지의 부채 감축을 위한 기관의 자구노력에 대해서는 추상적이고 목표치 산출근거가 미약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는 LH가 부채 감축을 위해 사업전반에 대한 정부의 손실보전과 임대료와 공동주택용지 공급가액 인상, 해외채권 신규 발행 지원 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LH의 정상화 계획은 결국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국민의 혈세에 의존하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82조원에 달하는 재고자산, 특히 아직도 주인을 못 찾고 있는 10조원 가량의 재고주택 해소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부족했다.
고질적인 부채문제를 해소하려면 재무역량 범위내의 사업 진행과 재고자산 해소 대책과 함께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 정책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