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온 차량과 충돌했다면 난감해진다.
운전자 A씨는 음주상태에서 편도 1차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역시 음주상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오던 B씨가 중앙선을 침범해왔다. 급제동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B씨는 사망했다. A씨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할까?
A씨는 전남 진도의 편도 1차선의 시골길을 오후 8시 30분경 혈중알콜농도 0.124% 상태에서 제한속도 60km를 초과한 시속 70km의 속도로 운전하고 있었다. 반대편 차선에서는 B씨가 혈중알콜농도 미상의 주취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중앙선을 침범해왔다. A씨는 급제동하면서 갓길로 피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사고발생지역은 주택가와 떨어진 커브 길의 시작 지점이었다. 사고발생 시간이 야간이고 굽은 도로의 안쪽에 정자와 나무가 있어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을 미리 확인하기 힘든 지형이었다.
B씨의 유족들은 A씨가 자기 차선을 유지하며 운행했다고 하지만 혈중알콜농도 0.1% 이상의 음주상태에서 규정 속도 이상으로 운전하다 발생한 사고라는 이유로 A씨측이 보상책임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A씨와 A씨측 보험사는 사고 당시 A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은 사실이나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곡선지점으로 정상적인 운전자도 중앙선을 침범해오는 차량과의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기 차선을 정상적으로 운행한 A씨에게 과실이 전혀 없으므로 보상책임이 없다고 맞섰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이 사건의 쟁점은 중앙선을 침범한 오토바이와 충돌한 A씨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라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확인에 들어갔다.
위원회가 이같이 A씨의 주의의무위반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조항에 근거를 둔 것이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 ‘자동차손해배상책임’에서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승객이 아닌 자가 사망 또는 부상한 경우 자기와 운전자가 자동차 운행에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피해자 또는 제3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으며, 자동차의 결함이나 기능장해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때”에는 책임을 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앙선이 설치된 도로를 자기 차선을 따라 운행하는 자동차 운전자는 마주 오는 차량도 자기 차선을 지켜 운행하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상대방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올 경우까지 예상하여 운전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조정위는 그러나 상대방 차량의 비정상적인 운행을 예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즉 도로의 상황에 비추어 상대방 차량이 자기 차선을 지키며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운행하리라고 신뢰하기 어렵다면 이에 대비해 운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마주 오는 차가 비정상적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오는 것을 미리 목격한 경우라면, 경음기나 전조등을 이용하여 경고신호를 보내거나 감속하면서 충돌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의무에 비추어 보면 사고발생지점은 경사진 굽은 도로여서 반대편의 내리막길을 회전하여 내려오는 차량은 중앙선을 침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오르막을 올라간 자동차운전자 A씨로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운행에 대비하여 미리 감속운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한속도를 약 10km 정도 초과하여 운행한 과실이 있었다.
위원회는 음주운전자의 경우 정상적인 운전자에 비해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반응속도가 늦다는 점을 감안했다. A씨는 혈중알콜농도 0.124%의 만취상태여서 주의를 다하지 못하였다고 추정하였다.
위원회는 A씨의 음주 및 과속운전이 사고의 발생 및 손해의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다고 보고 A씨와 A씨가 가입한 보험회사에게 배상책임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사고가 오토바이운전자 B씨의 중앙선 침범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A씨의 책임을 제한적으로 적용했다. A씨의 책임을 총 손해금액의 30%로 제한하였다.
한편 대법원 판례는 굽은 도로에서 상대방이 중앙선을 지켜 정상적으로 운행할 것이라고 막연히 신뢰하여서는 안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즉 중앙선을 넘어 운행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상대방 차량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면서 경음기를 울리거나 차량전조등을 깜박거려 경고를 보내고 속도를 줄이면서 최대한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진행하는 등 교행시의 충돌로 인한 사고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음주운전, 과속, 신호위반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운전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준법운행은 물론 더 나아가 상대방의 실수까지도 감안하여 경음기를 울리거나 전조등을 깜박거리는 등 주의의무를 다하여 운전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뜻하지 않은 손해를 피하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