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취임식까지 조각 작업 완료 '불투명'
총리후보군, 인사청문회 '유경험자' 중용될 수도
현 정부 인사와 '불편한 동거' 가능성 거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깜짝 인선을 통해 새 정부 첫 총리로 지명했던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부동산 재산증식 의혹 등의 문제로 지난 29일 불과 5일 만에 전격 사퇴함에 따라 새 정부 조각(組閣)작업에 상당히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장관급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가진 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박 당선인과 총리지명자가 공동 수행하는 조각 작업이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새 정부 내각구성, 어떻게 진행되나? = 당장 총리 후보자부터 다시 지명해야 하는 박 당선인은 이번 김 위원장의 총리인선 실패에 따른 검증부실 논란부터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달 안에 발표될 것이 유력했던 17개 부처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등 핵심인사 인선작업도 전면 재검토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내달 취임식까지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인선작업 및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부 각 부처 수장이 전면 교체되지 않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새 정부 조각 작업에 '경고등'이 켜진 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총리인선 문제다.
당선인 측은 당초 이번 주말을 전후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한 뒤, 2월 초 총리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면, 장관급 후속인선을 발표하는 등 조각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었다.
당선인 차원의 장관급 인선이 내부적으로 마무리됐더라도 총리 후보자가 장관 제청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법치를 추구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상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기 때문.
실제로 인수위법에 따르면 총리 후보자는 국회 인준절차 이전에 새 정부 각 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당선인에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기간은 최장 20일 안팎이 예상된다. 문제는 당장 내달 있을 설 명절 기간과, 2월 임시국회 개의여부를 두고 쌍용차 국정조사 문제로 여야가 대립 중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자칫 후속 지명이 늦어질 경우, 연쇄적으로 내각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2월 초까지 총리를 포함해 장관급 인사에 대한 조각 작업 윤곽이 그려질 경우, 인사청문회를 통한 '줄 낙마'와 같은 최악의 사태만 피한다면 정상적인 새 정부 출범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강화된 '검증'…인사청문회 경험자 부각될 듯 =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헌법재판소장을 지냈지만, 사실상 인사청문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1994년~2000년까지 2대 헌재소장을 역임했지만, 헌재소장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3대 소장부터 적용됐다.
이번 언론 사전 검증절차를 통해 부동산 투기문제 등 김 위원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것도 과거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아 과거 행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당선인 측이 헌재소장이란 지위가 곧 인사청문회 검증을 밟은 것으로 오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이 이런 문제점들을 미리 알고 지명했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예상과도 맥이 닿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향후 총리 지명자 후보군은 헌법재판관, 대법관, 장관출신 중에 선택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간이 걸리는 검증작업으로 조각 전체가 지연되기보다는 당선인이 내심 물색한 인사가운데 이미 인사청문회를 거친 인사를 선택, 향후 내각구성 작업에 속도를 내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현재 조무제, 김능환, 김영란, 안대희 전 대법관, 이강국 헌재소장, 목영준 헌법재판관 등 법조계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친 인사들이 다시 총리 후보군으로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 새 정부-현 정부, '불편한 동거' 재현되나? = 일각에선 이번 사단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2~3개월 정도 지속됐던 전 정부인사와의 불편한 동거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년 전인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총리 후보자 인준동의안이 지연됐다. 여성부 폐지를 골자로 하는 13부 개편안에 야당이 극렬히 반대하면서 현행 15부 체제가 유지되면서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그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 국무위원 개시 정족수(15명)를 채우지 못하자 전 정부 장관 3명이 대리 출석하는 등 유례없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수위 측이 마련한 차기 정부, 청와대 조직개편안이 되도록 빨리 통과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신설 및 식약처 승격에 따라 현행 15부2처18청에서 17부3처17청으로 개편되는 정부조직개편안과 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실 등 3실 체제로 재편되는 청와대 조직개편안이 여·야간 원만히 합의되어야만 인사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논의과정에서는 외교부 통상작업 이전 및 미래부의 과도한 역할 집중, 청와대 경호실 승격 등과 관련해 일부 이견이 예상된다. 이 부분에 대해 되도록 빠른 합의점을 찾아야하는 것도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과제다.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적어도 내달 설 전후로는 인선명단이 공개되고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검증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후보자만 총리, 장관을 포함 일부 권력기관장까지 20명이 넘기 때문에 정치권 대립으로 조직개편안 자체가 지연될 경우, 대통령 취임식과 맞물려 인사청문회 자체가 자칫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