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제도를 수정한 '한국형 토빈세' 등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채권거래 대금에 일정 세율을 부과해 해외 채권투자자금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채권거래세' 도입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30일 서울시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해외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 향후 외환정책의 기본방향을 설명하며 한국형 토빈세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 이날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자본 유출입 변동성 완화 방안으로 채권거래세와 외환거래세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시행했던 선물환포지션규제, 거시건전성분담금, 외국인채권투자과세 제도 등 자본유출입규제 3종 세트만으로는 해외자본 유입을 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3가지 자본이동관리정책을 도입해 은행차입 만기구조 장기화 효과를 봤지만, 채권투자자금 유입은 계속되고 있다"며 "새롭게 거론되는 대응방안으로 채권거래세와 외환거래세 등이 있고 신규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일명 토빈세라고 불리는 외환거래세는 해외자본이 국내금융시장에 유입되기 전에 외환시장에서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거래비용 증가로 해외자본 유입을 억제할 수 있다. 다만 외환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고 OECD 자본자유화 규약에 대한 유보가 불가피하다.
채권거래세는 채권거래 대금에 세금을 과세하는 것으로 거래비용 증가로 해외 채권투자자금의 유입을 막을 수 있는 반면, 채권시장 위축 가능성이 있어 제도 도입에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이날 토론에 참석한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우리 사정에 맞는 한국형 토빈세 등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차원에서 외환거래세는 물론 채권거래세 도입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최 차관보는 "해외자본 유출입 기대감에 의한 투기적 움직임과 시장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등 향후 외환정책 기본방향에 더해 필요시 추가적 조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의 단기적 등락과 관계없이 중장기적 안목에서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원래 의미의 토빈세는 도입이 곤란하지만 토빈세가 지향하는 단기 해외투기자본 규제라는 취지를 살려서 일단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시행을 유보하는 것을 포함해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권거래세 도입은 채권시장 위축, 실효성 등의 이슈가 있지만 최근 EU의 채권거래세 도입 동향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논의와 검토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의 한국형 토빈세 및 채권거래세 도입 검토를 놓고 금융·세제 분야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외환거래세와 채권거래세 제도를 도입할 경우 해외자본의 과도한 유입을 제어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대외거래 전반에 대한 비용이 높아져 대외부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교수는 "일본의 계속된 양적완화 정책에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강화하고, 필요시 채권투자에 거래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현물환 외환거래에 거래세를 부과하는 토빈세는 외환위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을 요한다"고 말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권거래세는 외환유동성 확보 필요시 비용 상승과 규모 감소의 우려가 있다"며 "시장상황, 향후 외화유동성 동향 추세 등을 고려해 도입해야 기대효과를 실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외환거래세 도입은 대외부문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으므로 경제 전체에 대한 영향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며 "다양한 외환거래 수요에 대해 차별화할 경우 비용의 상승과 암시장 확대 등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 JP Morgan Chase 지점장은 "채권거래세를 내국인과 동시에 과세하면 국채유통시장기능이 감소하고, 특히 국채 채권거래 위축으로 국채/통안채 조달금리 상승과 채권시장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며 "자본의 과다유입억제 차원이라면 매입에 국한해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 지점장은 "외환거래세 도입으로 시장조성 기능이 위축돼 거래감소와 그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형평적 과세를 전제로 하면 국내 기업체에도 부담이 가중돼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오정근 고려대학교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는 "현재 도입되고 있는 이른바 3종세트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번 환율파동에도 밝혀진 이상,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신축적인 금융거래세 도입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